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때아닌 ‘타다’ 논쟁이 붙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K-엔비디아’ 발언 이후 벌어지는 ‘혁신 논쟁’이다. 타다 창업주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타다금지법 입법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자, 민주당내에서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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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다는 IT 업계 내에서도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스타트업의 혁신을 막은 정부와 국회의 입법 폭력이다”라고 보는 시각과 “법의 빈틈을 이용해서 유사 택시 사업을 해온 타다가 무슨 혁신이냐”라는 시각이 양존한다. IT 업계 종사자들은 스타트업의 편을 들 법도 한데도, 의견이 엇갈리는 건 흥미로운 지점이다.
타다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혁신’이라는 용어에 대한 관점 차이가 있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대부분 혁신이라고 동의하는 애플의 제품 사례를 살펴보자. 생각해보면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도 블랙베리를 비롯한 스마트폰은 있었고, 아이팟 이전에도 MP3 플레이어는 많았다. 애플이 한 일은 기존에 존재하는 범주의 제품을 좀더 예쁘고 편리하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애플의 제품은 모두 혁신적이라고 동의한다.
애플이 혁신의 상징이 된 이유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애플 이전의 휴대폰 시장은 통신사나 기기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납품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앱스토어에서는 누구나 소프트웨어(앱)를 공급할 수 있고, 이용자는 원하는 앱을 편하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이팟 역시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통해 음악 산업의 구조를 바꿨다.
타다는 어땠나. 타다는 서비스를 접기 전까지 특별한 생태계를 만들거나 산업구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노동 측면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했지만, 긱 노동자(타다 기사)를 양산하는 방식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타다를 이끌던 이재웅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당시 타다는 완성된 모습이 아니었다.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도중에 타다금지법으로 발목이 잡혔다. 이 대표는 타다를 중국의 디디추싱이나 동남아의 그랩과 같은 슈퍼앱으로 진화시킬 계획이었을 것이다.
이 대표는 “타다가 혁신이라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니다”라면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마음껏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다 허용하고 심지어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금지되어 있는 것을 허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타다가 무슨 혁신이냐’고 비판하는 측은 당시 유사 운송사업을 하던 타다의 모습을 평가한 것이고, 반대 측에서는 교통(택시)을 중심으로 생활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시도 자체를 법 개정으로 막은 행위에 방점을 두고 있다.
‘타다가 혁신인가’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또다른 이유는 타다가 파괴하는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테크 기반의 혁신은 파괴를 동반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전자수첩, 전자사전,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문자메시지, PMP(휴대용 미디어플레이어) 등 다양한 산업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타다는 100년 전통의 택시 산업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았다. 타다가 등장한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이 많던 계층이 타다 서비스에 환호했다.
타다가 성공을 거두면 기존의 택시산업은 붕괴할 가능성이 높았다. 택시회사는 무너지고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폭락할 터였다. 택시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자다보니, 아무런 대책 없이 택시기사를 벼랑 끝으로 몰 수는 없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처럼 타다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혁신을 향해 달려가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모습이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없애는 냉정한 기술기업의 모습이기도 하다.
타다를 통해 우리가 얻을 교훈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정부나 국회 입장에서 보면 성급한 규제나 입법은 위험하다. 타다금지법 이후 택시나 교통 분야에서 혁신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정부가 기대했던 플랫폼 택시는 시장에서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택시산업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발전하지도 못했다. 서비스 품질은 타다보다 개선되지 못했고, 카카오택시의 독점 체제는 굳건해졌다.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올라 개인택시를 줄이려는 정부정책과 엇박자를 이뤘고, 택시법인은 기사를 못 구해 차를 세워둘 때가 더 많아졌다.
반면 약자에게 상대적으로 냉정해보이는 스타트업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교훈도 창업가들에게 던졌다. 혁신이라는 가치, 품질 좋은 서비스라는 가치가 항상 옳다고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혁신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고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고민해가면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부작용은 본질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정부에 아무리 요구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타다금지법’과 같은 반작용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