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저널]김형균 기자= 2025년 3월, 대한민국은 정치적 격랑 속에 놓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탄핵 논란과 광장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갈등은 단순한 이념 대립을 넘어, 근본적인 민주주의의 위기를 암시한다. 이에 대해 박구용 교수는 최근 김어준과의 대담에서 현 정세를 역사적 파시즘의 맥락에서 분석하며,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단순한 정치적 혼란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독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박 교수는 파시즘을 역사적으로 세 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왕정 붕괴와 함께 등장한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스페인의 프랑코와 같은 초기 파시즘이다. 이들은 전쟁 패배와 박탈감에서 비롯된 대중의 분노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았다. 두 번째는 냉전 시기 제3세계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로, 칠레의 피노체트나 한국의 박정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부의 이념적 대립을 명분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세 번째 유형은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파시즘으로, 박 교수는 이를 미국의 트럼프와 같은 사례에서 찾는다. 이 유형은 선진국 내에서 경제적·사회적 주류로 여겨졌던 계층이 몰락하며 느끼는 박탈감을 정치적으로 동원한다. 박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세 번째 유형에 부합한다고 본다. 그는 “윤석열이 트럼프와 유사성을 보여준다”며, 좌파 폭정으로부터 나라를 구한다는 구호, 반국가 세력 척결, 병든 나라를 치유한다는 주장 등 파시즘의 전형적 특징이 윤석열의 정치적 행보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박 교수는 현재 광장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움직임을 “광장 파시즘”으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한다. 그는 “광장은 민주주의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파시즘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윤석열 지지 세력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를 빌미로 폭력을 암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현상을 비판한다. 이는 트럼프나 히틀러가 폭력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며 대중을 동원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윤 대통령이 “자신 때문에 고초를 겪는 이들을 구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박 교수는 현 위기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엘리트 양성 체계를 꼽는다. 검사, 판사, 경찰, 군인 등 국가의 공적 권력을 다루는 엘리트들이 승진과 권력 추종에 매몰되어 세상과 유리된 채 쉽게 독재에 동조한다고 본다. 그는 “승진 체계가 엘리트들을 권력에 종속시키고 있다”며, 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교육의 방향성에도 변화를 촉구한다. 그간 한국 교육이 인권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주권 교육, 즉 정치적 의사 형성과 협상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정에서부터 타협과 존중을 배우고, 시민으로서 나라를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주권자 교육이 필수”라며, 이는 단순히 내란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할 K-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박구용 교수의 분석은 단호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필연적이며, 그것만으로 위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윤석열이 사라져도 새로운 윤석열이 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정권 교체와 함께 엘리트 체계 개혁, 주권자 교육의 재구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이 겪는 정치적 퇴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광장의 함성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소리가 될지, 파시즘의 전조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박 교수의 경고는 단순한 학문적 분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절박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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