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석탄 매출 비중 50% 이상인 투자 기업 대상으로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고, 기업 변화가 없다면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최근 환율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환헤지 비율 상향은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제8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안건들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은 2021년 5월 국민연금기금의 탈석탄 선언의 후속 조치 차원이다.
앞으로 기금운용본부는 3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발전사나 석탄 채굴 기업을 대상으로 5년간 기업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대화에도 기업 개선이 부족하면 기금위 의결로 투자를 제한한다. 다만 투자 제한 결정이 이뤄져도 해당 기업이 발행한 녹색금융상품엔 투자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환경부의 녹색채권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엔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전략은 내년부터 해외 투자 자산에 적용된다. 국내 자산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확인할 수 있는 2030년에 시행할 예정이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이번 결정이 기후위기 시대에 부족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석탄 기업) 기준을 50%로 설정하면서 국민연금의 투자 제한 규모도 작년 기준 석탄 투자액 34조원 중 2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국내 석탄 기업과의 대화에 2030년까지 5년의 기간을 둔 것도 너무 길기 때문에 단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금위에선 국민연금기금의 한시적 전략적 환헤지 비율 조정 기간을 내년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기금위는 2022년 12월 환율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환헤지 비율을 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까지 한시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환율 불안으로 인한 환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금위는 올해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이러한 환헤지 상향 기간을 내년까지 더 늘리기로 했다. 이날 외환시장도 달러당 원화값이 장중 한때 1450원대를 찍는 등 출렁였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율을 상향 조정하면 시장엔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환헤지를 위해 달러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이 외화를 차입해 시장에 매도하기 때문이다. 달러 공급이 증가하면 환율 하락(달러당 원화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한국은행과 외환 스와프 계약 연장, 한도 확대를 협의해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외환 스와프 계약은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입 등을 위해 달러가 필요할 때 외환당국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먼저 공급해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