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윤세윤 지음
동아시아
"출퇴근 시간 평균 300% 혼잡도로 대략 5,000명을 태우고 운행했으며 극한 하중인 두 대의 열차가 있는 상태에서 당산철교가 붕괴했다면 1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252쪽)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당산역을 잇는 당산철교는 1984년 5월 처음 개통했다. 90년대 들어 기관사 사이에서 "진동이 심해 운행하기 무섭다"는 말이 돌았다. 92년쯤에는 2호선 운영사인 서울지하철공사 측도 다리의 부실한 내구성을 알았다. 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일어났고 32명이 생명을 잃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희생자들은 단순히 부실시공에 의해 붕괴한 다리에서 운이 없게 희생된 사람들이 아니다. '시설물 유지관리'라는 개념이 전혀 없던 미성숙한 사회에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의 희생자들이다." (같은 쪽)
저자는 성수대교를 다룬 제7장에서 당산철교 재시공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성수대교 참사 후에야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당국은 한강 다리들을 정밀 안전진단했다. 당산철교에서 중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97년 1월 재시공에 들어갔다. 지금의 당산철교는 99년 11월 재개통했다. '역사에는 없다'는 그 '만약'을 줄곧 곱씹게 하는 에피소드다.
한강의 다리에 관한 책이다. 토목공학자이자 대학교수인 저자는 공학 측면뿐 아니라 인문·사회·역사·경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한강 다리를 다뤘다. 서울 및 인접 지역에 놓인 팔당대교(상류)부터 일산대교(하류)까지 32개(반포대교와 잠수교를 별개로 볼 때) 다리 중 저자는 "한강의 역사를 관통하는" 8개를 선별했다. 양화대교·원효대교·한강철교·한강대교·반포대교·한남대교·성수대교·올림픽대교 등이다. 이들 다리를 왜 놓기로 했는지, 그것도 왜 그 위치에, 또 왜 그런 외관인지, 그리고 처음 개통했을 때와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늘 보던 다리인데 각별하게 다가온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토목공학 관련 설명의 심도가 다른 분야보다 지나치게 깊어 독서의 흐름을 끊기도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