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단지건 단독주택 마을이건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통이 날마다 꽉 채워지곤 한다. 그걸 볼 때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물에 ‘쓰레기’라는 말을 붙인 것 자체가 인간의 불손한 생활습관을 대변한다. 음식물이 남아서 쓰레기가 되다니! 조개껍데기나 동물 뼈, 옥수수 겉껍데기나 바나나 껍질처럼 일부 거친 부분 외에는 사실상 쓰레기로 버려야 할 게 없는 게 자연이 주는 먹거리다. 그런 먹거리를 최대한 깔끔하게 발라 먹는다면 얼마나 청정한 세상이 될까? 가축들에게도 사람이 먹다 남은 부패한 찌꺼기를 재가공하여 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사람이 먹을 것을 나누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

그런데 인간의 탐욕 때문에 그런 청정한 순환이 다 깨져 버렸다. 일용할 양식이 이러할진대 다른 부(富)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불공정은 물론, 인간 사이의 불균형도 극에 달해 있다. 한편에서는 남아서 버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모자라서 굶어 죽고…. 고루 나누려 들면 지구는 인류가 다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자원을 내줄 것이다. 탐욕이 지배하는 한 부는 아무리 쌓아도 만족에 이를 수 없고, 게으름이 만연하는 한 고르게 나누는 균배는 독이 되고 만다.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고르게 나누며 살자는 게 공자의 뜻일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