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저렴해 수조원 적자 ‘전기료’…기업만 올렸는데도, 소비자 44%는…

2024-11-17

OECD 최하위권 전기요금에도

전기소비자 48.7%는 “비싸다”

가정용 전기요금 특히 싼데

내려야 한다는 응답 가장 높아

89%는 한전 판매가격 과대평가

향후 전기료 인상 저항 가능성 커

“원료가 변동 수년 걸쳐 반영해야”

지역별 차등요금 50%이상 찬성에도

기업 40% ‘지역이전은 없다’ 선그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전기소비자 절반은 전기요금을 현재 수준보다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가 대비 판매가격을 과대평가하는 응답이 89%에 달해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요금을 두고 정부와 소비자 간 인식 차가 커 향후 전기료 인상 과정에서 강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기요금 소비자 인식지수 측정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해 응답자 44.3%는 ‘현재보다 내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산업용(30.6%)과 일반용(28.3%)에 대한 인하 인식 대비 높은 수치다.

정부와 한전은 에너지요금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싸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1메가와트시 당 130.4달러로 OECD 국가들 중 35위다. 우리보다 전기요금이 싼 OECD 국가는 헝가리와 튀르키예 정도다.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1메가와트시당 122.1달러로 26위다.

가정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에 대한 인식도 실상과는 차이가 났다. 가정용 전기 요금은 산업용 전기요금 대비 6.8% 높은 수준인데, 독일(2배), 미국(1.98배), 일본(1.47배) 등 글로벌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가격차가 크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 가정용 전기요금이 ‘매우싸다’는 응답은 0.87%에 머물러 일반용(2.95%), 산업용(1.66%)에 비해 훨씬 낮았다.

전기요금은 다른 공공요금에 비해 ‘비싸다’고 인식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수도요금이 비싸다는 응답은 23.1%로 전기요금(48.7%)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대중요금이 비싸다는 응답도 26.8%로 전기요금보다 훨씬 낮았다.

이번 조사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주택용 전기소비자 1034명, 일반용(자영업자 등) 전기소비자 1051명, 산업용 제조업 계약고객 1624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2021년에는 전기요금 소비자 인식지수 개발 연구가 수행됐지만 ‘주택용 소비자’에 한정돼 있었다.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향후 정부의 에너지요금 인상 과정에서 적잖은 저항에 예상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원료가격 변동을 다음해 전기요금에 전부 반영하는 것보다는 일정 부분 나누어 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원가공개 역시 1년 주기보다는 3개월이나 6개월 주기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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