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애틋한 거로 하겠다” 이문열이 꼽은 대표작 셋

2024-10-27

이문열, 시대를 쓰다

문학평론가 류보선(국립군산대 교수)씨는 ‘시대와의 불화’를 이문열 문학의 중핵(中核)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진작에 밝힌 바 있다. 작가와 시대와의 불화야말로 위대한 문학의 필요충분조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된다면서다. 『젊은 날의 초상』 같은 이문열씨의 초기작부터 역사적 현실과 정면 대결한 『영웅시대』나 『변경』은 물론 『금시조』나 『시인』 같은 예술가소설까지 시대와의 불화라는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두 사람은 과거 글과 술로 여러 차례 어울린 적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 이문열이라는 문학 나무의 뿌리와 우듬지, 그 결실과 그늘에 대해 짧지 않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둘의 문학 대담을 육성을 살려 전한다.

마지막으로 뵀던 게 2014년 『변경』 개정판이 나왔을 때였는데,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대담 제안을 받자마자 다른 사람한테 갈까 싶어 바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시고 한두 해 전 선생님 고향 영양의 문학연구소도 화재로 전소됐다고 전해들어, 많이 가라앉아 계실 줄 알았는데 오늘 뵈니까 건강하시고 마음도 편하신 것 같습니다.

큰 불편은 없지만 전 같지는 않습니다. 2년째 신통찮은 병이 하나 있어서 특별한 증세나 고통은 없는데 아직 약은 먹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아프다는 사실을 자꾸 드러내지 말라고 하는데, 짐승도 병들면 그 상처를 감춘다고 하고요. 하지만 어차피 드러났고 해서, 굳이 감추지 않고 지냅니다.

요즘 일과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집 울타리 밖으로 잘 안 벗어나는데요, 정원이 좀 넓다 보니 손 가야 할 데가 많아서 가드닝한다고 왔다 갔다 하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만나고 그럽니다. 옛 부악문원을 레지던시로 개방해 현재 다섯 분 정도 들어와 있는데, 며칠에 한 번씩 볼까. 나만큼 나이 많은 분도 있고 해서 문학 얘기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이미 몇 차례 말씀하셨던데, 실은 한국 문학을 외국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 선생님이십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고, 선생님 세대가 발판을 다져놓으신 그 열매를 선생님 세대가 거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말은 이미 몇 차례 해버렸고, 한강의 이번 수상은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국가 작가들에 대한 노벨상의 관심이 커진 영향도 있을 겁니다. 한강 작가의 문학 세계도 요즘 노벨상의 방향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뭐가 뭔지 모르고 지내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노벨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고요.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상 가져다주기를 바라서는 안 되지.

1979년에 등단하셨으니 작품 써오신 지 50년이 돼 갑니다.

아이구야, 많이 됐다.

감히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저는 아무리 글을 써도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쓸 때마다 처음 쓰는 것 같고, 갈수록 더 힘들고 그래서 가급적 핑계를 만들어 안 쓸 수 있으면 안 쓰려고 노력하는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3년째 글을 못 쓰고 있긴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으면 긴장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쓰신 분을 뵈면 그토록 글에 매달리게 한 원동력 같은 게 따로 있는 건지, 아니면 쓰시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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