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역대급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42.195㎞ 결승선을 두 명이 거의 동시에 골인했다. 같은 기록으로 측정됐지만 ‘㎝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막판 스퍼트를 펼친 2위가 극적으로 선두를 따라 잡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탄자니아의 알폰스 펠릭스 심부가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 9분 48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은메달인 독일의 아마날 페트로스 역시 같은 기록이다. 둘은 거의 동시에 결승선에 들어왔다. 막판 100m는 진짜 단거리 100m처럼 폭발적이었다. 페트로스에 조금 뒤처졌던 심부가 막판 추격으로 거의 비슷하게 결승선에 골인했지만, 간발의 차로 앞서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심부는 2017년 런던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마라톤 동메달을 땄고,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에서 2위를 차지했는데, 세계무대 첫 1위를 극적으로 장식했다.

반면 페트로스는 다잡았던 금메달을 그야말로 결승선 코앞에서 놓친 셈이 됐다. 도쿄의 무더위 때문에 이른 아침에 열린 경기에서 역대급 승부가 펼쳐졌다. 이들의 다툼은 역대 세계선수권 남자 마라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으로 남게 됐다. 2001년 에드먼턴 대회에서 에티오피아 게자헤그네 아베라가 케냐의 사이먼 비워트와 접전 끝에 1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는데, 그때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으로 기록됐다.
3위도 이들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7초 차이로 일리아스 아쿠아니(이탈리아)가 이름을 올렸다.
우승후보로 꼽힌 에티오피아의 타데세 타켈레와 데레사 겔레타라는 10㎞를 남기고 경기를 포기했다.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출전한 박민호(코오롱)는 25㎞ 지점을 통과하던 중 이상을 느껴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