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이유린 기자)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8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혁신의 미래를 열다’ 제 1차 토론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과제와 발행 주체를 둘러싼 '안정 vs 혁신' 논쟁이 펼쳐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은행권은 책임 있는 발행을 강조한 반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혁신기업의 ‘메기 역할’을 주문했고, 카카오뱅크는 스테이블코인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을 넘어선 금융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12인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주관했다. 개회사에 나선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할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시급하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바꿀 세상과 성장 기회를 탐색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메기 효과’를 언급하며 “혁신기업이 나와서 메기역할을 할 수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면 거기서 발생하는 무수한 사업이 대한민국 전략사업이 되고 세계결제시장을 이끌어가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주 핀산협 회장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착은 통화 주권을 지키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금융의 미래’에서 서병윤 DSRV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챗지피티에 물어보니, 20년~30년 뒤 우리가 쓰고 있는 것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신다면 디지털 G2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 팀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우려와 관련해 “은행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자는 건 아니다”라며 “은행권 중심으로 발행해 우려 부분을 최소화하고, 은행이 책임을 지고 발행하되 비은행이 기술·상품개발에 기여하는 방식이라면 우려가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 의원은 “안정을 위해 은행이 51%, 혁신기업이 49%를 차지하는 방식을 말씀하신 거냐”고 되묻고, “은행이 51%를 차지하든, 혁신기업이 51%를 차지하든 결국 시장이 판단해 규제를 만들고 결정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며 은행 중심 구상에 반론을 제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활용사례’를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발제에 나선 송호근 카카오뱅크 부행장은 “AI가 우리의 일상 생활을 혁신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인프라 자체를 바꾸고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10년 전 인터넷전문은행이 세상에 나온 것보다 스테이블코인이 백배 천배 만배 훨씬 임팩트가 있을 것”으로 말하며 큰 변화를 예상했다. 박정후 카카오페이 부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활용 분야로 ‘지역화폐’를 꼽았다.

한편 이지형 업비트 두나무 실장은 논의 중인 법안이 본질보다는 지급결제 기능에만 치우쳐 있어, 이로 인해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대책’을 주제로 정영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발제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범죄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압수·몰수 명령이 내려지면 즉시 이행할 수 있어야 하며, 발행단계에서 지갑 주소 스크리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동국대학교 황석진 교수는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세계 각국이 여러 가지 법안을 통해 자금세탁 부문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발행자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주영 FIU 기획행정실 실장은 가상자산의 어두운 측면을 지적하며, 이런 측면을 걷어내는 과정이 결국 신뢰도를 쌓고 가상자산의 밝은 미래를 비추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협회는 오는 30일 제2차 토론회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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