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화오션 사장 '셀카 논란'...대기업이 중대재해를 대하는 자세

2024-10-17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뉴진스 하니와 웃으며 셀카 촬영

국회, 중대재해 증인 출석한 정 사장의 부적절 행동 지적

한화오션, 올해만 중대재해 5건 발생…재발방지책 '전무'

안일한 대기업의 전형…특권의식 버리고 노사상생 강구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지난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인기 여성 아이돌 뉴진스 멤버 하니가 참고인으로 자진 출석했다. 하이브 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증언을 하기 위해서다. 워낙 전 세계적인 인기 아이돌 멤버인데다, 현역 아이돌 중 처음으로 국감장에 섰다는 상징성 때문에 뉴진스 팬들을 비롯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 하니 못지않게 주목받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이다. 정 사장은 올해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5명의 원·하청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것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우연하게도 정 사장 뒷자리에는 뉴진스 하니가 앉아 있었다. 정 사장은 하니를 발견하고 곧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셀카를 찍었다.

이날 국장감은 어느 때보다 엄중했다. 환노위 위원들은 반복되는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따져묻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은 인기 아이돌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엄중한 국감장 분위기 속에서 정 사장과 정 사장의 셀카에 화답한 하니만 웃음을 짓고 있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정 사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했다. 환노위 위원들도 반성없는 정 사장의 행동을 강하게 질책했다. 회사 측은 정인철 한화오션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긴급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정 사장의 비상식적 행동에 분노를 내비치며 이를 갈고 있다.

인기 아이돌과의 셀카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 다만 이날 정 사장이 국감장에 출석한 이유를 간과했다는 점은 질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한화오션 사업장에서는 올해만 총 3건 사망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사망했다. 지난 1월 가스폭발 사고와 익사로 협력업체 직원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지난 8월 같은 장소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야간작업 중 32m 높이에서 추락사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조선업 특성상 위험한 업무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들이었다.

특히 이날 국감에서 정 사장이 보여준 비상식적 행동은 대기업이 중대재해를 대하는 안일한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대기업들은 중대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책 마련보다 법망을 피해 나가기 바쁘다.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화오션 역시 올해에만 중대재해로 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지만, 후속 대책에 대한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된 1000명 이상 제조업 대기업 10곳 중 7곳이 국내 10대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 시행 후 2년 동안 입건된 510건 중 345건(67.6%)이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이른바 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 등 국내 10대 대형 로펌을 선임한 비율이 238건(47.6%)에 달했다.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전관예우가 강한 대형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다 보니 실제 처벌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재판에 넘겨진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23건 중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대기업이 1개소(4.3%)에 그쳤다. 반면 중견기업이 4개소(17.4%), 중소기업은 18개소(78.3%)에 달한다.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손써볼 여력도 없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대기업도 '특권의식'을 버리고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노동력이 부족해 외국인력으로 간신히 충당하는 제조업의 경우, 더욱더 근로자를 아끼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근로자가 사망하면 대체자를 구하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은 회사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 평판을 깎아 먹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사람이 귀한 시대가 왔다. 대기업들도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할 것이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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