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인천공항면세점과 솔로몬의 지혜

2025-08-13

인천공항면세점의 임대료가 큰 쟁점이 되고 있다. 면세점 이용 형태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공항 면세점들이 매달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반면 공항 면세점들이 내는 임대료는 매월 300억원이 넘는다. 수년간 이어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면세점들은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면세점들은 임대료를 낮추어 달라고 요청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물론 법적 정당성은 인천공항공사에 있다. 면세점들이 자발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함으로써 결정된 현재의 임대료를 갑자기 낮출 순 없을 것이다.

경제학의 유명한 논쟁이 “규정이냐 재량권이냐(rule vs discretion)” 논쟁이다. 정부가 정책을 정함에 있어서 미리 정해 놓은 법과 규칙을 글자 그대로 따르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공무원들에게 재량권을 주어서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논쟁이다. 규정이나 재량권이나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기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이 유명한 솔로몬왕의 판결이다. 한 아기를 놓고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하는 두 어머니에게 솔로몬왕은 아기를 반으로 잘라서 나누어 가지라고 했다. 누구의 아기인지 판단이 불가능하므로 공평하게 반씩 준다는 의미에서 법 원칙을 지킨 판결이라고 볼 수 있지만, 판결을 따르면 아기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잘 알다시피 결국 아기의 진짜 어머니가 아기를 포기하겠다고 했고 솔로몬왕은 아기를 포기한 어머니가 아기의 진짜 어머니라고 선언했다. 솔로몬왕은 규정대로 판결하는 척하면서 재량권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는 인천공항과 면세점의 갈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혜다. 규정대로 시행하면 인천공항공사의 주장이 맞을 것이지만 그러면 면세점들은 막대한 적자 누적으로 공항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을 글자 그대로 시행하면 아기를 죽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법과 규정이 아무리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면세점과 아기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옳지 않다.

경제학에서도 법은 경제의 근간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개인의 소유권을 법이 인정해 줌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을 만들고 지키는 것만으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진 않는다. 글자로 새겨진 법은 변화무쌍한 인간 사회를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은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합리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 재량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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