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당선 축하용으로 보낸 금거북이가 무게 4.5돈에 약 200만원 상당의 물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 모친 최은순(79)씨의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금거북이를 약 200만원 상당의 물건으로 확인했다. 당초 이 금거북이는 약 10돈(시가 약 600만원)으로 알려졌으나 감정 결과 약 4.5돈짜리로 판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거북이와 함께 발견된 당선 축하 편지는 한 장 짜리로 의례적인 당선 축하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편지에선 국가교육위원장직 임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만큼,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보고 금품 수수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 가고 있다.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출신인 이 위원장은 2006~2010년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지내며 친일 미화 지적을 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2주 뒤인 2022년 3월 다시 기용돼 특별고문으로 임명됐다. 4개월 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긴 뒤 청와대 조성·활용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인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 단장으로 임명됐다. 이어 2022년 9월에 신설된 장관급 자리인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으로 낙점됐다.
이 위원장이 교육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만큼, 위원장 임명이 단순히 200만원 상당의 금품 제공에 따른 대가성 임명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위원장 임명이 금거북이 선물에 따른 대가였는지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 위원장이 윤석열 정권에 처음 등장한 인수위원회 상황부터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임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활동한 한 참모는 “이배용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중용된 인물이다. 우리가 모셔서 자리를 맡겨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6개월 만에 이 위원장을 연이어 중책에 임명한 과정과 배경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와 이 위원장의 관계 역시 추적 중이다. 이 위원장은 2023년 김 여사와 직접 통화를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도 접점이 있다. 이봉관 회장은 김 여사에게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등 금품을 제공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국가조찬기도회 참석 등을 부탁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회장이 조찬기도회 회장, 이배용 위원장은 기도회 부회장이었다.
수사 대상이 된 금거북이는 지난 7월 25일 김 여사 일가의양평 공흥지구 특혜개발 의혹 관련 압수수색 당시 김 여사 모친인 최씨의 경기도 남양주 요양원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특검 관계자는 같은 날 브리핑에서 “이배용씨 조사 과정에서 적절하게 필요한 관련자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