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5년, 소중 학생기자단 4기에서 활약했던 학생모델 중에는 김민솔이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당시 초6이었던 민솔 학생모델은 10년이 지난 지금 하이패션 모델 ‘Luce Kim’이 되어 소년중앙에 소식을 전해왔어요. 현재 15기인 고가람·황지인 학생모델은 소중 학생기자단 선배이자 꿈을 이룬 민솔 모델을 만나 낯설면서도 익숙한 10년 전 소년중앙 지면을 살펴보고 그에게 궁금한 점을 잔뜩 물어봤습니다.

“모델은 유년기부터 마음속에 있던 꿈이었어요. 어릴 때 어머니 손잡고 서점에 가면 ‘보그(VOGUE)’를 펼쳐보곤 했는데, 잡지 속 하이패션 모델들은 제 이상이었죠. 주변 권유도 많았고요. 특히 소중 학생모델을 비롯해 키즈·하이틴 모델로 기사와 잡지에 제 모습을 남기는 과정이 마치 저만의 성장 앨범을 쌓아가는 듯했죠. 그런 순간들이 이어지며 모델은 제 인생에 가장 긴 커리어로 자리 잡았고, 지금의 하이패션 모델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솔 모델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개인 과외와 홈스쿨링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며 10대에 해외 생활을 시작했죠. 중1 나이인 7학년 때는 교복 모델 오디션에 도전해 2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홈스쿨링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본인 컨디션에 맞춰 유연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덕분에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클라리넷 연주와 성악·승마·프랑스 자수 같은 다양한 경험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했죠. 단점으로는 너무 작은 사회(micro-society) 속 삶을 들었어요.

“가족과 소속사 식구들, 메이크업·헤어샵 원장님과 스태프들, 아카데미 수업에서 만난 모델들, 그리고 해외에 살고 있던 몇몇 친구 정도가 제 세계의 전부였어요. 8학년 무렵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외 생활 첫 도시는 미국의 샌디에이고였는데, 한인타운도 없는 지역에서 지내다 보니 향수병이 컸죠. 그때 제가 찾은 작은 위로는 H마트에서 한국 식료품을 쇼핑하거나, 한인 네일샵에서 네일을 하며 수다를 떠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고향의 공기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가람: 그런 생활이 모델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모델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간략하게 알려주세요.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미국·프랑스·이탈리아 소속사와 계약을 맺으며 해외 부커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해외 생활 경험이 큰 힘이 됐죠. 언어·문화에 익숙해 소통에 큰 어려움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요. 돌이켜보면 저는 비교적 정석적인 과정을 밟아온 편인데요. 오디션에 꾸준히 참가하며 개인 작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쌓고, 이후 조기석 작가님과의 협업을 계기로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아카데미 과정을 거치며 차근차근 해왔죠. 이후 한국에 돌아와 현재의 소속사에 지원, 여러 작업을 했고요. ‘흰 도화지 같은’ 모델로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에요.
지인: 무명 모델들의 현실은 어떤가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수십 벌의 의상을 피팅해야 할 때도 있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당 급여를 받기도 하니까요. 모델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재능의 비중이 큰 직업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기도 했죠.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려 노력해요.

가람: 모델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자기관리 루틴이 궁금합니다.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샵에 들러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후 촬영이나 미팅을 소화하며 자연스럽게 하루의 리듬이 만들어지죠. 평소에는 피부과 케어와 홈 사이클로 꾸준히 컨디션을 관리하고, 봄·가을에는 승마하며 마음까지 환기하곤 해요. 이는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죠. 모델로서의 저는 언제나 완벽한 헤어와 메이크업, 드레스와 힐을 갖추고 카메라와 관객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일상의 저는 편안한 승복 차림에 고무신을 즐겨 신고 종종 불경을 읽거나 가까운 봉은사를 찾아 기도를 드리곤 해요. 19세 때 불교선원에서 반년간 수행도 했었고 법증스님이 지어 주신 ‘지현’이라는 법명도 있죠. 화려한 무대와는 다른 차분한 시간이 제 균형을 잡아주는 소중한 루틴 같아요.
민솔 모델은 모델 일을 하면서 가장 특별한 경험으로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본사 “go & see”에 참여했던 순간을 꼽았습니다. “여성복 디자이너 니콜라스 게스키에르 앞에서 오디션을 본 건 정말 잊을 수 없죠. 결과적으로는 캐스팅에 뽑히지 못했지만, 그 경험 자체가 제겐 큰 영감이자 소중한 추억이에요. 한국에 돌아온 뒤 ‘데이즈드’ 매거진과 함께 루이비통 화보를 촬영했는데, 그때의 기억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더욱 특별한 의미로 자리하게 됐답니다.”
지인: TV 등으로 접하는 모델의 삶과 실제는 많이 다른가요.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점이 있다면요.
매체 속 모델의 삶은 화려하게만 비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과 노력이 숨어 있어요. 하나의 자리를 두고 수백수천 명이 경쟁하고, 무대 위의 몇 분을 위해 흘리는 피와 땀이 훨씬 더 크죠. 흔히 모델은 ‘키 크고 마른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커머셜·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만큼 다양한 사이즈와 개성을 가진 모델들이 활약하죠. 저는 그 다양성이 앞으로 모델 산업을 더 풍성하게 만들 거라고 믿어요.

검정고시를 치른 민솔 모델은 현재 고려사이버대에서 보건환경융합·심리학을 전공하며 고려대 대학원 보건환경 분야 연구생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지내던 18세 때, 우연히 유튜브에서 ‘아들을 위해 유리천장을 깬 독성학자 박은정 박사’ 인터뷰를 보고 독성학에 큰 매력을 느끼면서 보건환경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이후 한국의 교수님들께 e메일을 보내고 줌 미팅을 통해 연구실을 컨택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학업을 이어왔죠.
“보건환경 하면 모델 활동과는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저에게는 두 길 모두 삶의 중요한 축이자 영감을 주는 원천이에요. 평소 독성학과 중독 정신의학 관련 책·원서를 꾸준히 읽어왔고, 무모하게 직접 임상 실험을 시도했다가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경험도 있죠. 물론 소중 독자 여러분은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육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아질산나트륨에 관심이 커져, 현재는 이를 초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는 중이죠. 기회가 된다면 석사 과정에서는 섬유나 화장품 독성 분야에도 참여해보고 싶어요. 패션과 과학이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는 두 분야가 결국 ‘인간과 환경에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봐요.
가람: 평소 식단 관리 팁과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궁금해요.
어릴 때 어머니가 항상 오가닉·무항생제 식품만 고집하시고 배달 음식이나 초가공식품은 거의 못 먹게 하셨어요. 아버지가 가끔 몰래 사주신 패스트푸드가 ‘특식’ 같은 추억이죠. 덕분인지 지금도 기름지거나 튀긴 음식은 즐기지 않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포케나 신선한 과일을 즐겨 먹죠. 식단 관리 팁도 ‘심플하게, 신선하게’ 같아요.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 꼽으라면, 누텔라 바나나 샌드위치만 한 게 없죠. 건강한 식습관 속 소소하게 허락하는 작은 행복이에요.

지인: 키가 너무 크고 싶은데 따로 방법이 있을까요.
키는 아무래도 유전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생활 습관 영향도 분명 있다고 봐요. 저 역시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라면 더 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죠. 제 키가 173cm인데, 런웨이 모델은 177~178cm가 보통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한의원에서 꾸준히 추나요법을 받아 효과를 봤는데, 전문적인 성장 클리닉에서 의사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키와 상관없이 자신의 매력을 찾는 게 아닐까요.
가람: 모델 일을 하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옷 스타일은 어떤 것인가요. 또 평소 옷 선택 팁이 있다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일을 꼽자면, ‘마리끌레르’ 화보 촬영 때 입었던 발렌티노 드레스예요. 몇 달 뒤 백화점 쇼윈도에 그 드레스가 걸린 걸 봤을 때는 당장 사 입고 싶을 만큼 설렜죠. 평소에는 믹스앤매치를 중시하는 편이에요. 명품 브랜드와 도매스틱·보세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섞어 입으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죠. 옷을 고를 때 작은 팁이 있다면 화이트·블랙·베이지 같은 기본에 충실하는 거예요. 언제나 실패를 줄일 수 있고, 오히려 더 세련되게 보일 수 있죠.

지인: 저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노래와 춤도 배우고 오디션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모델로서 표정이나 포즈 연습은 어떻게 하시는지, 이 분야 선배로서 어떠한 마음가짐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이 분야는 냉혹할 만큼 경쟁이 치열해서,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 개성이 있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아예 아이돌이나 모델이 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자신만의 색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죠. 저는 시안을 받으면 촬영 전날부터 거울 앞에 서서 표정과 포즈를 연습해요. 작은 준비라도 꾸준히 쌓이면 현장에서 훨씬 자신 있게 임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자기 계발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어학 능력을 기르는 건 해외 활동에 큰 자산이 되고, 혹시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힘이 되어줄 거예요. 가능하다면 플랜B로 다른 전공이나 관심사를 준비해 두는 것도 추천합니다. 제가 독성학·보건환경 쪽 공부를 하는 것도 일종의 플랜B라고 할 수 있죠.
가람: 모델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요.
아마 주얼리 브랜드 총괄대표(Founder)가 됐을 듯해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주얼리 박람회에 자주 가서 자연스럽게 파인 주얼리를 보는 눈을 길렀고, 아버지도 그쪽을 권하시기도 했거든요. 제 안에 깊이 자리한 그 감각을 더 발전시켜 언젠가 저만의 주얼리 브랜드를 선보이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지인: 모델이 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모델로서 목표와 앞으로 계획은요.
아무래도 ‘보그’에 제 얼굴이 실렸을 때 같습니다. 많은 모델이 꿈꾸는 지면에 제가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감사했어요. 서점에 진열된 잡지 속에서 제 모습을 발견했을 때는 감격했고, 특히 일본판에도 실려 일본에 있는 친구가 사진을 찍어 보냈을 때는 기쁨이 두 배로 커졌죠. 단순한 성취라기보다, 지금까지 도움 주신 분들 덕분에 설 수 있었던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소중해요. 전 ‘화무십일홍’처럼 짧게 피었다 지는 꽃이 아니라 깊이 뿌리를 내려 오래도록 자생하는 나무와 같은 사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무대와 화보를 통해 꾸준히 저를 알리면서 석사 과정까지 학업도 해나갈 거고요. 저의 길이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여정이 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정진하고 있습니다.
동행취재=고가람(서울 송화초 4)·황지인(서울 봉은초 6) 학생모델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10년 전 소중 학생모델이었다가 지금 이렇게 멋진 모델이 된 선배를 만나 정말 영광이었고,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인터뷰할 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물어봤는데, 저는 초콜릿·사탕 같은 간식 이름이 나올 줄 알았어요. 근데 신선한 과일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역시 모델은 다르구나, 싶었죠. 10년 전 언니의 꿈이 지금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이뤄진 걸 보니, 저도 꿈을 더 크게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가람(서울 송화초 4) 학생모델

이번에 만난 김민솔(Luce Kim) 모델은 어릴 때 소중 학생모델을 하셨는데 예전 소년중앙 사진을 보니 그때부터 포즈도 남다르고 끼가 대단하신 것 같았어요. 인터뷰에서 하얀 도화지 같은 모델이라는 본인의 장점을 말씀하셨는데, 실제로도 진짜 그렇게 보였죠. 인터뷰를 마치고 동료인 런웨이 모델분들도 잠깐 뵐 수 있었는데요. 마르고 잘생기고 그걸 유지하시는 게 대단하다 생각했죠. 또 이번 취재를 통해 다양한 모델 이야기를 들으며 모델이면 무조건 키 크고 말라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바뀌고 모델로 활동하시는 모든 분에 대한 존경심도 생겼습니다. 너무 재미있고 특별한 추억이 됐죠.
-황지인(서울 봉은초 6) 학생모델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김민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