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語 글월文] 주는 쪽과 받는 쪽, 정확히 말하고 써야

2025-04-02

말을 하고 글을 쓸 때도 따라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어법과 문법이라 합니다. 법이라고 해 주눅 들 필요는 없습니다. 차근차근 따져보면 생각보다 쉽습니다. 그런 법이 어딨냐고 우길 일도 아닙니다. 오랜 세월 함께 지켜온 약속이니까요. 옳은 말과 그른 말, 닮았지만 다른 말, 새겨보니 새로운 말, 알고 쓰면 더 좋을 말을 함께 찾아봅니다.

살다보면 주는 쪽이 되기도 하고 받는 쪽이 되기도 한다. 준 것 같은데 받은 게 더 많기도 하고, 받기는 했다만 주니만 못한 경우도 있다. 셈은 나중 일. 줄 땐 준다고, 받을 땐 받는다고 정확히 말하고 써야 한다.

상을 주는 건 시상(施賞), 받는 건 수상(受賞)이다. 상을 주는 행사는 시상식(施賞式)이다. 받을 수(受) 대신 줄 수(授)를 써서 수상(授賞)·수상식(授賞式)이라고도 하지만 한자 없이는 헷갈리기 쉽고 실제 쓰는 예도 드물다. 이렇게 외워보자. “한강 작가는 2024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와 비슷하게,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은 시험(試驗), 그 시험을 치르는 것은 수험(受驗)이다. 그러니 문제를 내거나 감독을 하는 사람은 시험관(試驗官)이지만 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시험생이 아니라 수험생(受驗生)이다.

남에게 책임을 맡기는 건 위탁(委託), 남의 부탁을 받는 건 수탁(受託)이다. 농가가 농협에 농산물 판매를 위탁하면, 농협은 수탁판매를 해 농가소득을 올려준다. 그런데 ‘수탁’을 써야 할 자리에 ‘위탁’을 잘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탁생산은 다른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것이고, 수탁생산은 다른 업체의 의뢰를 받아 생산하는 것이다. 엄연히 주체가 다른 말이다.

임대(賃貸)는 돈을 받고 물건을 빌려주는 것이고, 임차(賃借)는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리는 것이다. 귀농하면 초기에는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농협의 농기계 임대사업을 이용하기도 한다. 전세시장에서 세입자는 악성 임대인 때문에 조마조마하고, 집주인은 반대로 악성 임차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이 역시 ‘임차’를 써야 할 자리에 ‘임대’를 잘못 쓰는 일이 많다.

주고받는 관계가 또 있다. 신청(申請)은 단체나 기관에 일정한 양식을 갖춰 요청하는 것이고, 접수(接受)는 이런 신청이나 신고를 받는 것이다. 그러니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누리집으로 접수하면 된다’ ‘신청 원서는 방문해 접수하면 된다’는 틀린 말이다. 각각 ‘…누리집으로 신청하면 된다’ ‘…방문해 내면 된다’로 써야 한다. 한자가 다른 접수(接收)는 주로 권력을 행사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가수 ○○○, 극장가도 접수했다’ 같은 기사 제목에 가끔 보이는데, 원뜻을 알면 쉽게 쓸 수 없는 말이다.

손수정 기자 sio2son@nongmin.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