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철학, 서울의 스타일로 입는다” 친환경 사이클 의류 브랜드 ‘VLCT’ 이제경 대표

2025-06-03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스위스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공부한 이제경씨(50)는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 유수 스포츠·패션 브랜드에서 기획과 디자인을 총괄해 온 현장 최정상급 전문가다. 그는 휠라, 데상트,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스파이더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브이엘씨티(VLCT)’라는 자전거 의류 브랜드를 만들었다. VLCT는‘속도(Velocity)’에서 따온 이름으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도시도 함께 의미한다.

이 대표는 매달 1000㎞ 이상, 성수기에는 주당 250~300㎞를 달린다.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자전거를 탔고, 현재도 스트라바(Strava) 앱 기준 세계 상위 2~3% 활동량을 자랑한다. 이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나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생활”이라며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 가장 좋아하는 운동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VLCT 제품은 100% 리사이클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친환경 소재는 국내에서는 너무 비싼 데다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수입한다. 이 대표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운전하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그 때부터 친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친환경 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도 이 같은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VLCT는 스트라바와 연동된 ‘탄소저감 마일리지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VLCT는 ‘속도를 연구하는 곳’이다. 에어로다이내믹(공기역학)을 고려한 밀착 설계, 빠르게 땀을 마르게 하는 디자인, 산뜻한 착용감 등은 이미 수십 번 필드 테스트를 거쳐 완성됐다. 이 대표는 “국내 현역 은퇴 선수들과 함께 실험을 반복했다”며 “샘플 한 벌당 15회 이상 테스트했고, 많게는 100번까지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소스, 카스텔리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해도 기능성이 밀리지 않고 소재도 똑같다”며 “아시아 체형에 최적화된 핏이라서 피팅만큼은 최고라고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VLCT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걸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와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디자인에는 경복궁 기와, 남산 라이딩 코스, 야경 등 서울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녹아 있다. 이대표는 “유럽 사이클 문화는 알프스, 올드타운 중심인데 서울은 완전히 다르다”며 “도시 안에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사이클 문화를 브랜드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후암동 남산도서관 아래에 위치한 VLCT 1호 매장 ‘유어 PACE’가 카페 겸 자전거 커뮤니티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국내 스포츠 브랜드에 대해 “장기적인 브랜딩 없이 단기 매출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VLCT는 스타 마케팅도, 무료 협찬도 하지 않는다. 대신 일반인 대상 인터뷰 캠페인을 펼친다. 이 대표는 “구매자들이 우리 옷을 입고 만족하면 스스로 입소문을 내준다”며 “진짜 공감 기반 브랜드”라고 말했다.

VLCT 제품은 한 벌에 40~50만 원대다. 중국산 브랜드와 유럽 브랜드 중간이다. 이 대표는 “우리는 프리미엄 감성과 기능으로 승부한다”며 “기능이 세계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올해 첫해라서 수출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VLCT의 최종 목적지는 국내를 넘어 해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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