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금산분리 훼손 않는, 반도체 규제 완화 거의 마련”

2025-12-10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기술산업의 대규모 투자를 가로막는 마지막 장애물로 거론돼 온 ‘금산분리 규제’에 대해 “금산분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위 금산분리라는 원칙으로 금융 조달에 제한을 가하는 이유는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는, 사실 그 문제는 이미 다 지나가버린 문제이고, 어쩌면 산업 발전에 저해가 되는 요소라 저희가 이미 제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한 산·학·연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 곽 사장은 “초대형 투자를 한 개 기업이 단독으로 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많이 있다”며 “규제가 개선된다면 AI 메모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와 동시다발적인 투자가 가능해지고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미래 준비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하고,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경우 자회사(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AI·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더라도 SK의 증손회사가 돼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없는 게 한계로 지적됐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 한정해 지주회사 체계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비율을 100%→50% 수준으로 낮추는 등의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참 전에 이야기한 것 중의 하나가 투자 자금에 관한 문제인데, 일리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산업의 ‘공정 성장’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물을 좁게 파면 빨리 팔 수 있지만 깊게 파기는 어렵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넓게, 더 깊게 파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정책 최고 책임자로서의 제 소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를 해 줬으면 좋겠다”며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날 정부의 반도체 산업 정책을 발표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을 ‘전쟁’에 비유했다. 김 장관은 “서부 전선 중국은 약 1000억 달러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동부 전선 미국은 530억 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을 주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반도체에 약 2조원, 한 20억 달러 정도밖에 안 되는 돈이 투입되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아군의 전력도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설계·파운드리·소부장 부문에서 열세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한 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는 규모를 10배 확장해 세계 2강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반도체 특별법엔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및 기반 시설 조성·지원 ▶전력·용수·도로망 등 관련 산업기반 확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 조항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법안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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