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납세액 대응 실기…싸우다가 논란 자초

2025-03-21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들은 과도한 경쟁으로 결속력이 약해졌다는 쓴소리를 듣는다. 연달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주식 배당 상품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에서는 995억 원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95억 원)’ ‘ACE 미국배당다우존스(-92억 원)’ ‘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24억 원)’ 등 다른 미국 주식 배당형 ETF에서도 줄줄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해부터 ‘선(先) 환급, 후(後) 원천징수’ 방식의 펀드 외국납부세액 공제 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퇴직연금 등 절세 계좌 내 배당금 과세 이연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다.

이 과정에서 운용 업계의 대응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납세액 공제 제도는 정부가 지난 2021년 납세 편의를 제고한다는 목적하에 개편했고 예전부터 올해 시행이 예고된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의견 취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위해 증권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 초 폐지된 해외 주식 토털리턴형(TR) ETF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운용사 간 정보 교류는 물론 만남조차도 꺼리는 상황”이라며 “사전 안내 없이 제도 개편을 맞닥뜨린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 꼴”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격화하는 운용사 간 ETF 경쟁 속에 업계의 한목소리는 찾기 힘들어졌다. 한 중소형 운용사 ETF 운용역은 “거래소가 인력난과 상품 다양성 부족 등을 이유로 ETF 상장 수를 제한하고 있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운용사 간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대응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TF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상장’의 전권을 갖고 있는 거래소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운용사 간 협력이 필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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