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쏠쏠한 수익을 안겨줬던 미장이 연초 이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경을 살펴보니, 그간 시장을 받치고 있던 기관 자금들이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펀드매니저 1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기준 대비 17%포인트 많았던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은 이달 기준 대비 23%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기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이 40%포인트나 줄어든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차별 관세 정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연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촉발하면서 월가도 주식 던지기에 나선 것이죠. 펀드매니저들의 투자심리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가장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특히 기술주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며 투자 비중도 기준 대비 12%포인트 낮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BofA의 엘리야스 갈루 수석 투자 전략가는 "펀드매니저들은 연초만 해도 모두 강세를 전망했으나 지금은 확실히 약세로 돌아섰다"며 "가장 큰 변화는 미국에 대한 낙관론이 많이 사라진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상당 부분은 유럽으로 향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존 주식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27%포인트 높아져 202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유럽 시장으로의 이동 폭은 관련 기록을 집계한 1999년 이후 가장 큰 수준입니다. 국가 별로 살펴보면 영국 주식의 비중이 가장 많았고 업종별로는 유틸리티주와 금융주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마이클 멧칼프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 거시전략팀장은 "모든 주식을 던지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시장은 아니다"라며 "리밸런싱(비중 조정)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약세장이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 같진 않다"며 "연초에 특정 주식에 집중되던 투자가 빠르게 조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펀더멘탈을 기대한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여전한 분위기인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일주일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10개 가운데 7개가 미국 증시 ETF로 집계됐습니다. 각각 수백억 원 규모의 뭉칫돈이 몰렸는데요. 2위에 랭크된 미국 나스닥100 지수에 투자하는 'KODEX 미국나스닥100'에 295억 9000만 원의 순매수세가 들어왔고 3위 'TIGER 미국S&P500'에 257억 8000만 원, 4위 'KODEX미국S&P500'에 251억 3000만 원 등입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지난주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코스피200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반대로'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일주일 간 907억 4000만 원 가량이 몰리면서 가장 많은 순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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