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중의 북트렌드](130)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2025-10-21

 책 제목을 보자마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도 생겼다. 우리는 일상에서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실수한 동료를 위로하며, 때론 스스로를 다독이며 건넨다. 이 짧은 말 속엔 ‘좋다’, ‘문제없다’, ‘충분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런데 ‘괜찮은 어른’이라니. 무엇이 괜찮다는 걸까.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의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 듦과 성숙함의 차이를 묻는다. 저자는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저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고 노년에 접어든다고 해서 저절로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용적인 노후 대책을 다룬 책은 넘쳐난다. 재테크, 건강관리, 연금 준비까지. 하지만 정작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제대로 나이 드는 법을 배우거나 고민하지 못했다. 저자의 이런 문제의식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될 것이다. 책은 묻는다. 우리는 정말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나이만 먹어가는 건 아닌가.

  저자는 우선 어른다운 어른이 되려면 인문적 사유와 통찰, 그리고 격려와 연대의 실천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기존 3D 업종이라 하면 ‘Dirty, Difficult, Dangerous’, 즉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뜻했다. 하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개념의 3D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역동성(Dynamic)’이다. 여기서 말하는 역동성은 단순히 신체적 활력만이 아니다. 정신적, 정서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힘을 의미한다. 저자는 “사유하지 않는 어른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지혜로운 어른은 축적된 지식을 재료 삼아 사유의 과정을 거쳐 실천으로 이어간다. 관성에 젖어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사유의 역동성이다.

 둘째는 ‘디지털(Digital)’이다. 스마트폰을 다루는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다. 디지털적 사고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정보, 심지어 지위에 대한 미련까지도 과감히 비워내는 것이다. 0과 1로 명확히 구분되는 디지털처럼, 과거의 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 대신 “요즘은 어떻게 하나요?”라고 묻는 겸손함이기도 하다.

 셋째는 ‘발전(Developing)’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다.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엔 더 발전할 필요도, 여지도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독자들에게 되묻는다. 정말 그럴까? 배움에 정년이 있나? 성장에 나이 제한이 있나?

  얼마 전 도서관에서 만난 70대 선배분이 떠오른다. 유튜브 편집을 배우겠다며 노트북을 펼쳐놓고 씨름하던 모습이었다. 손자와 소통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답답해하며 실수투성이였지만 눈빛은 청년처럼 반짝였다. 그것이 바로 발전하는 어른의 모습 아닐까.

  나이 듦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젊음을 부러워하며 과거에 매달리는 어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나이에 걸맞은 지혜와 품격을 갖추며 여전히 성장하는 어른이 될 것인가.

 끊임없이 관찰하고 공부하며 숙고하는 삶.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성장하는 삶.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괜찮은 어른’의 모습이다. 우리는 오늘도 조금씩 나이를 먹어간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나는 그저 늙어가는가, 아니면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가.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김경집 지음 /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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