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1.8만곳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 설치
기재부, 예산 62.7억 편성…내년부터 3년간 추진
"가해자 처벌 강화·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부터"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안전화장실 조성' 신규 사업을 실시한다. 이를 위한 정부 예산은 3년간 63억원이 투입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불법촬영 범죄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며, 실질 대책은 가해자 처벌 강화와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 확대라고 주장한다.
1일 기획재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3년간(2026~2028년) 62억7500만원을 투입해 '안전화장실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기재부는 이 사업을 '국민체감 10선' 사업에 담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이용 빈도가 높고 범죄에 취약한 관광지·상업시설 등의 공중화장실 7500곳과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지정된 의무설치대상 공중화장실 3500곳에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과 비상벨을 설치한다.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은 숨겨진 불법촬영카메라나 불법촬영 행위가 감지되면 즉시 관리자에게 통보되고, 즉각 경고 방송이 송출된다. 비상벨은 비명을 감지하거나 벨을 누르면 경광등이 울리고, 관리자 또는 경찰서에 자동 연결된다.
기재부는 "'안전화장실 조성 사업'으로 불법촬영 범죄와 안전사고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해소될 것"이라며 "일상의 안전에 대한 신뢰 구축으로 국민 복지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전화장실 조성 사업에 대한 실효성 의문은 거세다. 이 사업은 공중화장실에서의 불법촬영 범죄를 사전에 억제하기보다는, 피해 발생을 당연시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여성학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이 사업은 피해자들에게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조치"라며 "불법촬영 가해자는 단 한 번도 관용받지 않고 실형을 살게 하는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중화장실 등에서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범행이 적발되도 피해자와 합의를 보면 기소유예로 참작되는 경우가 많다.
허 조사관은 "불법촬영 피해자가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적 방어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거나, 피해사실에 대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 지원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사후 조치는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또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에 한계가 있어 피해 지원 업무가 가중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건수는 2020년 17만697건에서 2023년 27만5520건으로 급증했다. 2023년 기준 불법촬영물 삭제 인력은 12명으로 집계됐으며, 1인당 평균 2만451건의 삭제 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신소영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술에는 항상 한계가 있어 새로운 범죄 수법이 나타나면 장치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안심화장실에 설치하는 시스템에 대응하는 기술도 개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중화장실을 전부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 비상벨이 달린 안전화장실로 바꾼다고 해도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감은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부족한 불법촬영 점검 인력을 늘려 점검 횟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2026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디지털 성범죄 통합 대응 예산은 올해(45억원) 보다 17억원 증액된 62억4500만원으로 편성됐다. 여기에는 디성센터 인력을 23명 증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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