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배상기금법’에…“불완전판매, 기금 보상 안돼”

2025-09-01

정부가 불완전판매와 불법 공매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가해자 대신 정부 기금으로 피해를 지원하는 것은 민법상의 대원칙에 어긋나고 지급액 산정과 법원 판결 대기 등 실무상으로도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다. 해당 안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추가 검토 과정에서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정무위에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정배상기금법 제정안’이 상정됐다. 금융위원회 산하에 공정배상기금을 설치해 불완전판매,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인한 투자자의 손해를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재원은 금융사가 내는 과징금으로 마련된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크레디트스위스 계열사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 등 금융 사고가 끊이질 않자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공정배상기금 설치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투자자 피해 보전 목적의 기금 신설은 곤란하다”며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인 간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금전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은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행정제재인 과징금을 피해자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법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비금융 분야에서도 지원 요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 지원은 민사상 손해 입증과 과징금 처분의 적법성을 전제로 하는데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구제라는 정책 취지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물론 판결 전 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추후 법원이 금융위와 상충되는 판단을 내릴 경우 지원금 환수 등 분쟁 소지가 높다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위는 “손해 입증 방법과 지급액 산정 방법 등도 미비하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불완전판매와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일괄 지원한다면 소비자들이 상품설명서 확인 등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원도 논란거리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납부 금액은 각각 0원, 508억 원에 불과했다. 정명호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과징금 부과 규모와 피해자의 피해 규모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양자 간 차이에 따라 기금의 운용·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은행 등에 대한 ‘무과실 배상 책임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나랏돈을 써야 하는 기금에는 ‘가해자 배상 책임’을 거론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유관 부처들의 신중론과는 무관하게 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당 의원들은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황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금융위 산하에 투자자보호기금 설치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공정배상기금 설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여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 처리 방식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일반론 차원에서 신중 검토 의견을 낼 수 있으나 법안 처리는 국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이를 밀어붙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논의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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