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국민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새 시리즈 ‘에뚜왈’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파리와 뉴욕의 발레 세계를 배경으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 갱스부르는 주장이 강하고 솔직한 프랑스 발레단 감독 주느비에브 역을 맡았다. 하이힐을 즐겨 신는 이 캐릭터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절묘하게 버무린 연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갱스부르는 지난달 베벌리힐즈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영어로 코미디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에이미와 댄(쇼러너)이 쓴 대사의 속도와 리듬, 선택한 단어들, 그리고 인물의 어색함이 정말 재밌었다. 9개월 간 촬영하며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세기의 커플’ 제인 버킨과 세르쥬 갱스부르의 딸로 태어난 샤를로트는 그동안 예술 영화를 중심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연기파 배우다. 특히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파격 영화 ‘멜랑콜리아’와 ‘님포매니악’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녀가 미국 첫 시리즈 출연작으로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신체 연기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그녀는 “빨간 구두가 큰 역할을 했다. 항상 벗었다 신었다 하는 것과, 그 어색함과 끊임없는 동요가 코미디적 요소를 만들어냈다”며 발레 배경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길 원했지만 제작진이 그런 설정이 아니라고 해서 정말 실망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같은 감독, 같은 배우와 다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갱스부르는 “영화를 계속 하고 싶지만 오랜 기간 한 캐릭터만 연기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조금 자유로워졌고 그게 필요한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가 성장하고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결국 사람에 관한 거다. 아무리 프로젝트가 훌륭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일하고 싶지 않다. 제 인생의 이 시점에서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연기와 음악 사이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저는 자신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나 쇼를 보는 것이 정말 어렵다. 영화에서는 캐릭터 속에서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음악은 제 말과 감정을 표현하는 매우 친밀한 것이지만, 영화보다 조금 더 불안하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우스꽝스러운 것도 개의치 않고 탐색하고 찾지 못해도 괜찮다. 훨씬 더 편안해졌다. 그게 이 일을 정말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8부작 시리즈 ‘에뚜왈’은 파리와 뉴욕의 발레 세계를 대비시키며 두 도시의 문화적 차이와 연결점을 탐구한다. 파리 발레는 왕실 궁정에서 시작된 오랜 전통을 가진 반면, 뉴욕 시티 발레는 상대적으로 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쇼러너인 에이미 셔면-팔라디노와 댄 팔라디노는 “파리와 뉴욕, 두 발레 세계의 차이점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고자 했다”며 “역사적 배경의 차이는 두 발레단의 작업 방식과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두 발레단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정적 구조다. 프랑스의 발레단은 정부 보조금과 지원을 받아 무용수들에게 은퇴 혜택과 안정적인 복지를 제공한다. 반면 미국의 발레단은 정부 지원이 거의 없어 재정적으로 더 불안정한 환경에서 운영된다.
에이미 셔먼-팔라디노는 “옛것과 새것의 대비를 보여주는 아이디어로 인해 이야기가 확장되었다”며 두 도시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활용해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링컨 센터의 외관, 뉴저지 극장의 내부 무대,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좌석 부분을 결합해 사용했으며, 파리에서는 역사적인 오페라 가르니에, 샤틀레 극장, 코미크 극장 등지에서 촬영했다. 에이미는 “발레의 전통과 현대성 사이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강화하는 로케이션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두 발레단 감독인 주느비에브(샤를로트 갱스부르)와 잭(루크 커비), 그리고 첫 영어 연기임에도 속사포 같은 말투로 열정을 보여주는 샤이엔(루 드 라지)의 3색 코미디 연기가 이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에이미 셔먼-팔라디노는 “샤를로트는 아침에 깨어났을 때 머리가 살짝 헝클어진 채로 있어도 멋져 보인다. 목소리와 독특한 걸음걸이가 있다. 마치 스케이트보드나 스키를 타는 것처럼 움직이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다”라고 극찬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