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한국인이 ‘프로방스 앓이’를 시작한 게. 수많은 한국인이 프로방스를 꿈꾼다. 저 먼 데의 이상향쯤으로 여기고 프로방스를 동경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온갖 종류의 프로방스가 활개를 친다. 호텔·빵집·카페는 물론이고 식물원·테마파크도 프로방스를 간판에 걸고 장사한다. 전원주택단지 분양 광고에서도 프로방스를 봤다. 연주황색 기와를 얹은 서양식 주택에서 프로방스를 떠올린 듯하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프로방스는 일종의 포즈다. ‘프로방스풍’으로 버무려지는 은은하고 한갓진 분위기. 빠듯한 일상에서 두어 발짝 떨어진 것 같은 프로방스풍에서 한국인은 위안을 얻고 시름을 내려놓는다.
오늘 프랑스 여행 일타강사는 ‘진짜 프로방스’ 또는 ‘꼭꼭 숨은 프로방스’를 여행한다. 지도에서 보면 ‘뤼베롱 지역 자연공원(Parc Naturel Regional du Luberon)’ 주변의 내륙 산간 지역이다. 뤼베롱 산자락을 따라 산골 마을이 띄엄띄엄 박혀 있는데, 문명의 때가 덜 묻어 프로방스 본연의 풍경이 고스란하다.
앞서 꼭꼭 숨은 프로방스라고 적은 건, 이들 마을이 아직 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국판 가이드북은 물론이고, 전 세계 배낭여행자의 바이블 『론리 플래닛』도 뤼베롱 산자락 마을은 별 관심이 없다. 기껏해야 라벤더 꽃밭이 아름답고 와인이 좋다는 몇 줄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간다.
가이드북도 외면하니 별것 없겠다고? 저런,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도,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무엘 베케트도, 『나무를 심은 사람』을 쓴 장 지오노도 이 산자락에 들어와 살았었다. 프로방스를 전 세계에 알린 『프로방스에서의 1년』의 작가 피터 메일이 약 30년을 산 프로방스도 바로 뤼베롱 지역이다.
하나 더 있다. 학창 시절 읽은 알퐁스 도데의 ‘별’을 기억하시는지. 소설에서 목동이 양을 치던 마을이 뤼베롱 산자락이다. 소설처럼 밤하늘 별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별 하나가 어깨에 내려와 잠들 것 같은 곳이다. 우리가 꿈꾸는 프로방스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 여행 일타강사 - 남프랑스 탐구생활 차례
① 남프랑스 자동차 여행을 위한 기초 학습(8월 19일)
② 니스·에즈·앙티브… 지중해의 보석(8월 26일)
③ 고흐와 세잔, 대가의 흔적을 찾아서(9월 2일)
④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9월 9일)
⑤ 교황이 마신 와인, 안도 다다오가 꾸민 와이너리(9월 16일)
카뮈가 잠든 중세 마을

뤼베롱은 산맥이다. 최고봉이 1256m로 아주 높진 않지만 넓고 긴 산맥이다. 동서로 약 74㎞ 뻗어 있다. 1977년 프랑스 정부가 뤼베롱 산맥을 포함한 1850㎢ 면적의 지역을 ‘뤼베롱 자연공원’으로 지정했다. 지리산 국립공원보다 무려 네 배나 크다. 이 산자락 아랫도리에 보석 같은 마을들이 숨어 있다.
뤼베롱 산골 마을 중 제일 먼저 가볼 곳은 뤼베롱 남쪽 자락의 루르마랭(Lourmarin)이다. 마르세유에서 자동차로 1시간, 엑상프로방스에서 40분 거리에 있다. 루르마랭은 약 1000명이 사는 소읍이다. 마을 명소는 15세기에 지은 ‘루르마랭 성’과 16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정도다. 걸어서 한두 시간이면 다 둘러본다.
그래도 루르마랭을 꼭 가봐야 하는 건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1913∼60) 때문이다. 루르마랭은 ‘카뮈의 마을’이다. 카뮈가 노벨문학상 상금으로 집을 짓고 살다가 죽은 마을이다.
카뮈가 잠들어 있는 공동묘지부터 찾아갔다. 노벨상 작가의 무덤은 의외로 소박했다. ‘Albert Camus 1913 1960.’ 넓적한 화강암에 새겨진 글자는 이게 전부였다. 생의 부조리를 탐구했던 작가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무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