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 남발에 농산물 수입 ‘봇물’

2025-04-27

올 1분기 신선농산물 수입량이 지난해와 견줘 10% 넘게 뛰었다. 물가 잡기용 할당관세를 남발하면서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시장개방 협상에서도 국내 농업을 보호하려 일정 관세를 유지해온 양파·배추 등 민감품목까지 수입을 부추기는 정부 처사에 비판이 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3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식품 수입 동향’에 따르면 1∼3월 국내에 수입된 식품은 20만3000건, 86억6000만달러, 470만7000t 상당이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수입 건수는 2.9%, 금액은 3.5% 늘었다.

품목군별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신선농산물 수입량 증가세가 눈에 띈다. 양파·양배추·배추·감귤 등 신선농산물 1분기 수입량은 37만9000t으로, 전년 동기(33만4000t)와 비교해 13.5% 많다. 식약처는 “물가·수급 안정을 목적으로 할당관세를 운용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최근 이상기후로 국내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며 수급 불안이 나타나자, 이를 타개하겠다며 할당관세를 적극 도입하는 등 수입 문턱을 낮춰왔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농축수산물 물가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0년 21개였던 농축산물 할당관세 품목은 2024년 3월 기준 50개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이런 기조는 계속되는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일찌감치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먹거리 물가를 낮추겠다며 상반기까지 과일류 10종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배추·무·양배추·당근 등 4개 품목도 할당관세를 도입해 4월말까지 세율을 0%로 낮췄다. 나아가 가공식품 원료와 축산물까지 그 대상 범위를 넓히고 있다. 5월1일부터 가공식품 원료육(돼지고기) 1만t과 달걀가공품 4000t에 대해 긴급 할당관세를 시행할 예정이다.

잦은 할당관세 도입은 농가 보호를 위해 어렵게 설정한 고율 관세를 정부가 스스로 무너뜨리는 격이어서 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애초 정부는 시장 개방으로 배추·무·양파 등 주요 소득작목에 가해질 충격을 완화하고자 이들 품목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일시적인 고물가와 수급문제를 손쉽게 풀겠다는 이유로 민감품목의 세율을 없애거나 낮춘 것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1월 배추에 대한 할당관세가 신규 도입되면서 수입이 대거 이뤄졌고 4월 하순부터 봄배추가 출하돼 가격 폭락이 예상된다”며 “국내 생산이 활발하고 가격 동향이 민감한 품목에 대해선 수입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방위적 할당관세 제도가 장기적 측면의 수급안정엔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할당관세로 수입이 늘면 일시적으로 농산물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농업분야 생산·투자 의욕이 꺾이고, 이는 결국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며 “안정적인 식량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원칙 없는 수입 문호 확대가 생산자의 자율적인 수급조절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일시적 수입 정책이 반복될수록 생산자들은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수급조절 역량을 잃게 될 것”이라며 “할당관세와 같은 농축산물 수입 제도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설정하고,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농업계를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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