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무색하게 따뜻한 날씨
연말 특유의 분위기 사라져
소비 변화 맞춰 상품도 변화
재활용 소재 트리·종이 아트…
단 하루 위한 소비에서 탈피
지속가능한 소품 ‘인기 상승’
건물 외벽에 미디어 아트 송출
SNS 소통·AR로 분위기 즐겨
길거리 캐럴·모임 사라졌지만
디지털 세상 온기 나눔 ‘풍성’
11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년 “올해는 작년보다 더 추울 거래요.”라는 말이 나오곤 했지만, 이번 겨울은 어찌 된 일인지 다르다. 지금이 연말 시즌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계절에 대한 체감이 모호해졌다. 전국적으로 단풍 절정기도 늦어져, 추운 겨울의 초입이어야 할 11월 중순에도 마치 9월과 같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연말 시즌 준비로 분주해야 할 업체들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홀리데이 상품을 내놓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더구나 짧아진 겨울철은 각종 조명, 소품, 포장 패키지 등 연말 장식품에 대한 소비와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 해를 아름답게 장식할 연말 시즌의 분위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법.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이 시즌을 빌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연말 분위기가 사라져감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과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일회성 장식품의 비효율성을 고려하여, 이제 성탄절 장식도 ‘친환경 디자인’을 선택하는 추세다. 재활용 소재의 크리스마스 장식, 최소한의 포장, 천연 소재 활용 등 당장의 즐거움뿐 아니라 지구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방식을 선택하는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다. 단 하루의 연말 파티를 위해 제작되고 소비되는 장식품의 대안책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재활용 종이로 만든 페이퍼 아트 장식, 천 소재 포장재, 생화를 활용한 자연 장식 등이 친환경 연말 디자인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페이퍼 커팅 아트는 특히 ‘성탄절’ 하면 떠오르는 상징과 같다. 종이를 예술적인 패턴과 구조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구성하여 작은 디테일까지 살리기 때문에, 아름답고 세련된 매력을 뽐낸다. 기계적으로 찍어낸 대량 생산품이 아니라 손끝으로 하나씩 제작되는 수공예품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이런 정교한 수제 디테일이 오늘날에는 잘 느낄 수 없는 연말의 따뜻한 감성과 맞닿아, 그 정성과 시간 자체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처럼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또한 페이퍼 아트는 조명과 함께 활용할 때 그림자와 작품의 깊이가 강조되어 따뜻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디지털로 즐기는 미디어 아트 또한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연말 디자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종이 대신 디지털 카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연말 인사, 버추얼 크리스마스 배경 등 디지털 방식을 통해 몰입감 있고 화려하게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특성상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글로벌하게 일상을 공유하고 연결될 수 있다. 미디어 아트는 시각적 효과와 음향을 결합해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예술 형식으로, 대형 건물, 상업 공간, 거리 등에서 자주 적용된다.
최근에는 프로젝션 맵핑과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사용하여 건물 외벽에 크리스마스 테마 애니메이션을 투사하거나, 빛과 소리의 조합을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센세이셔널한 경험을, 어린이들에게는 현대화된 성탄절의 감성을 제공하고 있다. 쇼핑몰이나 상점 앞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눈송이나 루돌프 같은 크리스마스 캐릭터들이 등장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한 참여형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증강현실(AR) 필터를 통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디지털 가상 세계로 접속하는 형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 편집과 배경화면 템플릿을 제작해 나 홀로 소소한 연말 분위기를 즐기는 방식도 증가하고 있다.
연말 거리 풍경은 저작권법으로 인해 캐럴이 사라지며 삭막해졌지만, 미디어 아트는 우리가 익숙히 알던 캐럴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사운드를 접목해 청각적 즐거움도 함께 선사한다. 캐럴 음원 역시 새로운 사운드 아트로 진화하고 있다.
연말과 성탄 연휴의 풍경이 개인화됨에 따라, 예전처럼 가족, 친구들과 오붓하게 연휴를 즐기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비대면으로 공감하고 공유하며 상호작용하는 시대. 함께 온기를 나누던 따뜻한 추억과 감성을 일상 속 작은 디자인을 통해 쌓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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