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다사다난했던 닥터나우, 2025년은 다르다

2025-01-30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팬데믹 당시를 기억하십니까.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약 일주일간 격리되어야 했죠. 그렇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대면 진료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의사에게 화상진료를 받고, 처방 약을 집으로 배송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덕에 코로나19를 무사히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팬데믹 종료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약 배송을 막고, 초진 환자의 경우 꼭 대면 진료를 받도록 제한을 뒀습니다. 이용 시간에도 제한이 생겼었죠.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다시 초진 환자 제한과 서비스 이용 시간(휴일, 야간 진료) 등을 열어줬습니다. 현재는 약 배송을 제외하고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전면 허용된 상태입니다.

물론 약 배송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섬, 벽지 환자, 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 등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됐는데요. 일반 사용자들이 팬데믹 때처럼 이용할 수 없어 사실상 약 배송이 금지된 상태로 볼 수 있죠. 사용자들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받은 뒤, 근처 약국에 처방 약 재고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닥터나우는 사용자들의 약 수령 불편함을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나우약국’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닥터나우가 의약품 도매업체로부터 약을 공급 받아 이를 약국에 판매하면 약국과 재고 연동이 이뤄집니다. 이렇게 연동된 제휴 약국의 의약품 재고 현황을 사용자에게 보여줘, 사용자는 처방 약 재고를 보유한 약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에서는 닥터나우가 제휴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지난해 11월에는 특정 약국의 환자 유인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의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나우약국은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위법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정상적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사다난한 2024년을 겪은 닥터나우는 올해 기본기 다지기, 그리고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을 활용해 상담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지난해 본격적으로 진출한 일본 시장에서 ‘약 퀵배송’을 내세우며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입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지난 22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에서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사진)를 만나, 회사의 근황과 올해 사업 계획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2022년 10월 닥터나우에 전략 이사로 합류한 후 장지호 창업자와 함께 공동대표로 부임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12월 단독대표를 맡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닥터나우, 현 상황

닥터나우에 처음 합류했을 때, 그리고 대표가 됐을 때 창업자로부터 받은 미션이 있는지?

닥터나우에 전략이사로 처음 합류했을 때 부여받았던 미션은 중장기적으로 회사 방향성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변화에 맞춰 회사를 이끄는 것이 저의 역할이다.

대표 부임 전후로, 닥터나우의 전략이나 사업 방향성이 달라졌나

각자 대표체제를 통해 지난 1년간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 장지호 전 대표가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며 일본 팀을 이끌었고, 제가 한국 사업 방향성을 잡았다. 당시 비대면 진료 서비스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핵심 고민이었다면, 단독대표 체재로 바뀐 이후 (현재 비대면 진료가 안고 있는 과제 등을) 고쳐 나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고민에서 나온 것이 ‘나우약국’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약 배송’이 안되는 점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사용자가 비대면 진료 후 처방받은 약을 수령할 수 있는 약국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약국은 근처 병원과 제휴해 처방 약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의 경우 사용자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을 가기 때문에 해당 약국에 재고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용자는 처방을 받기 위해 근처 약국에 전화를 할 수밖에 없다. 또 야간이나 휴일에도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처방 받을 수 있는 약국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나우약국은 비대면 진료에서 가장 많이 처방받는 의약품을 약국에게 팔고, 약국이 최대한 재고를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사용자에게 약국의 재고를 보여주기 위해 나우약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나우약국, 논란이 있었는데 어떤 내용이었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약사회 측이 (나우약국을 이용하면) 처방전이 약국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다. 닥터나우와 약 재고 연동을 하지 않은 약국보다 연동을 한 약국의 사용자 방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저희 입장에선 약사회의 이런 관점이 안타깝다.

아울러 나우약국과 관련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님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하며 위법 논란이 일단락 됐다.

지난해 11월 나우약국 서비스를 겨냥한 ‘닥터나우 방지법’이 발의됐는데, 어떤 내용이 담겼나

약국의 재고 여부를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해, 약국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금전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있다. 어떻게 보면 닥터나우 방지법은 사용자의 알 권리보다 기존 약국 시스템 운영 생태계 보존을 우선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다. 사용자 입장에서 닥터나우(나우약국)를 통해 어느 약국에 가야 처방 약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나우 방지법이 사용자의 알 권리를) 후퇴하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비대면 진료, 국내에 얼마나 침투했나

비대면 진료, 사용자들이 주로 언제 이용하는지

비대면 진료를 많이 이용하는 사용자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병원을 갈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경우로, 보통 직장인들은 반차를 내지 않으면 병원에 가기 힘들다. 또 반복적, 주기적으로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닥터나우를 홍보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TV광고를 냈는데, (사용자들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자주 쓰는) 네가지 상황의 콘셉트로 만들었다. 늘 먹던 약이 떨어졌을 때, 바빠서 꼼짝하지 못할 때, 병원 문이 닫혔을 때, 이불밖이 더 힘들 때(피곤할 때)로, 사용자들이 닥터나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페르소나다.

비대면 진료, 국내에 얼마나 침투했나

외래 진료 건수 기준으로 보면, 아직까지 0.5% 미만으로 보인다. 비대면 진료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업계가 당면한 핵심 숙제라고 생각한다. (비대면 진료를) 몰라서 안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결국 신규 사용자가 얼마나 유입 되는지, 이렇게 유입된 사용자가 다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마케팅 차원에서 고민이 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아픈 순간에 비대면 진료를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지난해 닥터나우가 10배 정도 성장을 하는 등 비대면 진료 시장이 빠르게 크고 있다.

닥터나우와 챗GPT

올해 회사에서 가장 집중할 것은 무엇인지?

약 배송이 안되는 상태에서 사용자가 약 수령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실시간 의료 상담, 의료 매거진을 서비스하고자 한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챗GPT 기반의 실시간 의료 상담 서비스의 경우 월 5만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챗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지금까지 실시간 상담을 통해 나온 모범 답안을 학습시켜, 한국어로 의학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학습 데이터셋은 어떤 것을 활용했는지?

내부 데이터다. 당초 사용자와 의사, 간호사를 연결해주는 실시간 의료 상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는데, 당시 한 달에 답변 데이터만 몇 만 건 발생했다. 하지만 사용자의 모든 질문에 의료진이 답변을 할 수 없어 AI를 활용했다. 지금까지 쌓인 의료진 답변을 AI가 학습해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고, 간호사가 이를 검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상담 서비스는 질문 한 건당 1900원으로 유료화했다.

유료 실시간 상담 서비스, 사용자들이 주로 어떤 질문을 하나

주변에 얘기하기 힘든 산부인과 관련 질문이 많다.

일본으로 진출한 닥터나우

이번엔 해외진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작년에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고

지난해 2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그해 7월 현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본은 약 배송이 허용돼서 도쿄 지역에 약 퀵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고, 서비스 대상 지역을 일본 전체로 넓혀가고 있다.

일본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 현황은 어떠한가

한국보다 규제적인 제한이 없어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국내보다 모바일 리터러시가 낮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업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현지 업체들 대비 닥터나우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강점은 국내에서 퀵 서비스로 약 배송을 해 본 노하우다. 일본은 환자가 원할 경우 처방받은 병원에서 약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병원이 비대면 진료 후 직접 약을 제조해 택배로 부친다.

그럼 일본 사용자들은 비대면 진료 후 2~3일 뒤에 약을 받는 것인가

그렇다. 현지 병원 입장에선 (수익 측면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와 함께 약 조제도 함께 이뤄지면 좋으니, 퀵 배송이 발달하기 힘들다.

반면 저희는 국내에서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는 등 병원과 약국이 협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갖췄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빠른 약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런 점이 저희가 일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핵심이라고 본다.

약 퀵배송, 커머스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한국이랑 마찬가지로 3자물류(3PL), 일본의 대한통운, 바로고 같은 업체들과 제휴하고 서비스를 연동했다.

올해 일본 사업 핵심 전략은 무엇인지

비대면 진료 서비스 범위, 정확하게는 약 퀵배송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투자유치 계획이 있나

그렇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다음 스텝을 바라보고 있어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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