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요즘 애들’을 위한 변명 [기자수첩-정책경제]

2025-02-03

입력 2025.02.04 07:00 수정 2025.02.04 07:00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수습을 마치고 들어온 한 후배 기자가 “과연 Z세대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 막강한 힘을 가진 게 맞을까요?”라고 내게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그래도 윗세대보다는 오래 생존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다 논리적이지 않고 구악 같다는 생각에 다시 찾아갔다. 그에게 “적응을 위해 애쓰는 ‘요즘 애들’ 같다”고 얼버무렸다.

Z세대. 세대론이다. 의미 없이 이어지는 알파벳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의 특징을 나눈다. 요즘 애들에게 혀를 차는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 후반)를 최근 만났다. 경기 수원에서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인 부장급 팀장이다. 최근 본인 부서의 막내 팀원이 퇴근 후 자기와 면담을 가볍게 15분 정도 나눈 것을 연장근무로 올려 불만을 표출했다.

스마트폰에 ‘연장근무 승인 요청’이라는 문구가 뜨자 팀장은 전화할까 고민했다. 결국 승인을 해줬다고 했다. 함께 이야기하다 술에 취한 팀장은 “내 주위 X세대들은 책임감과 눈치가 없다고 말해. 본인 권리만 주장하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푸념의 후일담을 주변 Z세대에게 전달해 주니 이들에게 둘러싼 편견에 대해 항변하기 시작했다.

최근 직장에 갓 취업한 이모(29)씨는 조금만 엇나가면 X세대가 Z세대에 못 미더움과 은근한 적대감을 표출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오피스 빌런’ ‘신종 괴물’로 불릴까 걱정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요즘 애들이 벌인 직장 만행이 종종 짧은 영상(쇼츠)으로 떠돌고, 극단적인 이야기는 뉴스에도 나온다.

부정할 순 없다. 회사가 싫다고 뛰쳐나가는 Z와 상사가 본인에게 부당 지시를 했다고 무시하는 Z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서투른 업무처리에도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Z도, 인정받고 싶지만 자기 마음처럼 안 돼 어디선가 울음을 삼키는 이들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Z세대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 구직정보업체 레주메빌더닷컴이 재작년 기업 관리자 13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74%)이 ‘다른 세대보다 Z세대 직원과 일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힘든 이류로는 업무 의욕과 노력 부족, 생산성 부족 등을 꼽았다. 다만 ‘골칫덩어리’로 불리는 요즘 애들을 대변해 의문이 생긴다.

고군분투하며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의 노력은 주목받지 못한다. 조직에서 가장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생산력과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팀에서 잘 적응하고 싶지만, 동기와 의욕이 부족한 이유엔 조직 문화와 구조적 문제점은 없는 것인가.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무력해진 꼬리는 없었을까.

바비 더피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정책연구소장 겸 공공정책학 교수의 ‘세대 감각’ 책을 보면 세대론의 한계를 넘기 위해 통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직장 충성도가 낮다’는 통념과 반대되는 주장을 내놓는다.

더피는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재단의 2017년 보고서를 인용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는 X세대가 같은 나이였을 때보다 자발적인 이직률이 오히려 20∼25% 낮으며, X세대는 베이비부머(한국전쟁 이후 출생)보다 이동성이 낮다”고 밝힌다. 최근 젊은 세대의 자발적 이직률이 기성세대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수많은 편견 속에서 싸우는 Z세대는 불편하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앞선 세대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조롱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오해의 시선을 거둬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세대 간의 차이를 나누기보다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이해되고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선배들은 나 때는 안 그랬다고 해. 마치 자기가 마지막 세대인 것처럼 말이야. 10년 지나고 보니 다 비슷하더라.” 성장하는 Z에게 한 ‘라테’ 선배 기자가 실마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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