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상공회의소 요청, 17일 특별 강연 진행
"남성 육아휴직률 높아져야 맞돌봄 가능"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에 있는 유럽 기업에게 직장 내 양성평등 환경 조성을 당부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은 17일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요청으로 한국 내 유럽기업들을 대상 '저출생 대응과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주 부위원장은 강연에서 한국 내 유럽기업들의 선진적인 일·가정양립 제도를 높게 평가하고 "국내 기업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유럽기업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을 일․가정 양립이 강조되는 'EF(Family·가족친화성)G 경영'으로의 전환도 제안했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최근의 합계출산율 반등추세를 설명하고 "출산율 반등을 확고한 상승추세로 만들기 위해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환경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선진기업들에 비해 한국의 일·가정양립환경 조성이 더딘 이유로 사내눈치, 유독 긴 통근시간, 낮은 양성평등 문화 등 세 가지를 꼽은 주형환 부위원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주 부위원장은 "사내눈치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체인력 지원금, 동료업무분담금 등 제도적 지원은 최소한의 수준"이라며 "임신·출산·양육기 전반에 걸쳐 남녀 불문하고 동료·상사·고용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유연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평균 통근시간이 OECD 국가 평균 28분보다 두 배가 긴 58분이고, 특히 수도권은 120분에 이르는 것도 일·가정양립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주 부위원장은 "근무시간도 길고 통근에도 오랜 시간을 쓰다 보니 근로자들이 가정에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주 부위원장은 유럽기업들이 선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양성평등 문화가 한국에도 확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달 북유럽 순방을 다녀왔는데, 해당 국가들 모두 높은 출산율 유지 비결로 '직장과 가정 내 양성평등'을 꼽았다"며 "채용부터 배치, 임금, 승진 등 모든 과정에서 양성평등 환경이 조성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성 육아휴직률이 높아지면 가정내 맞돌봄이 가능해지고, 맞돌봄 문화는 가사노동의 분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에서 먼저 유연한 근무환경과 양성평등한 문화를 조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기업문화의 구축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시대를 살아가는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력이자 생존전략"이라며, 저출산 대응에 함께 기업들의 적극적 관심과 대처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