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2024-10-02

인생은 고통입니다. 이가 하나 아프면 온통 모든 신경이 아픈 치아에 집중되어 다른 멀쩡한 27개 치아의 존재를 느끼지 못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치과의사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일단 평균보다 높은 지능을 가졌고, 전문직이라는 직업을 가졌고 이를 바탕으로 부와 명예를 이룬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그 어렵다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고 계시고, 이번 명절에도 어떤 분들은 해외로 어떤 분들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개원 걱정, 환자 걱정, 건강 문제, 아이들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그래서 인생은 항상 고통이고 불행합니다. 저희가 마음속에 쥐고 있는 사념과 걱정들이 떠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이 풍족해도 그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40대가 되면 많은 것이 변합니다. 이제는 많은 것을 이루려 하기 보다는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이입니다. 건강도 급격히 나빠지고 노화가 진행되고 갱년기 우울증이 생깁니다. 지난 젊고 기운 넘쳤던 자신과 비교가 되고, 같은 연배에 많은 것을 이룬 지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끼게 됩니다. 젊을 때는 시간이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 있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는 하는 희망으로 버틸 수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져 버린 나이입니다. 이제는 큰 기쁨이나 자극적인 쾌감보다는 명절 가득 차리신 어머니의 음식을 꾸역꾸역 먹어 치우는 것과 그것을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부를 쌓으려고 하는 것도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모두 행복을 위한 수단입니다. 부와 명예, 가족 건강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고 조건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자기 성찰과 내면의 평화를 중요 시 했습니다. 그리고 단순하고 절제된 삶을 추구하고 지적활동 특히 독서를 강조했습니다. 오로지 독서를 하는 순간만이 군주처럼 오로지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을 하고 수용하여 결정한다고 하였습니다. 고통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음을 인식하여 고통도 행복도 모두 한순간의 감정인 것을 받아들이라 했습니다. 혼자 있을 때 온전한 자신을 느낄 수 있어야 고독도 자유도 느낄 수 있다고 했으며 과거의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망치지 말라 했습니다. 이러한 고독과 외로움을 잊으려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 고슴도치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둥글게 모여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가시로 찌르고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는 그 상처만이 남게 됩니다.

저는 이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살아왔습니다. 자신을 부풀리고 허세를 부리고 인정을 못할 때는 자존심과 자존감에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성장하면서 부모님에게 결핍되어 있던 인정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진정으로 소중한 저와 저의 가족들에게 소홀히 했고 결과적으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었습니다. 요즘은 저 스스로 저를 평가하는 시간을 많이 가집니다. 자긍심은 본인이 평가하는 본인의 가치입니다. 지금 비록 외롭고 힘들고 여러 문제가 있지만 나 정도면 괜찮다는 위로를 많이 합니다. 행복은 자긍심이 있을 때 시작될 수 있습니다. 남들의 평가가 좋다 하더라도 스스로 평가하는 내 모습이 보잘 것 없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쾌락이 있는 삶 보다는 고통이 없는 삶을 추구하려 합니다. 고통을 잊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독일어 ‘Shadenfreude’는 남의 불행을 보며 상대적인 행복감을 느끼는 방법입니다. 아프리카의 빈곤과 가난을 보면서, 아프간과 팔레스타인의 끔찍한 뉴스를 보면서 아 나는 그래도 행복해라고 느끼는 마음이죠.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은 비교, 시기, 질투를 지우는 것입니다. 현대인은 SNS를 통해 남의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그 사람의 인생이라 착각하며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행해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진정한 친구를 찾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성숙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독은 도움이 되는 고독입니다. 본인은 보잘 것 없지만 의미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본인은 다른 이들과 다른 개성을 가진 세계 유일의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갑니다. 

치과의사분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기 때문에 과거에 대해 더 많이 기억하고 더 후회하고 미래에 대해 더 기대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사념과 잡념에 사로잡혀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타 직종에 비해 자살 사고가 많고, 질병 등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짧은 것도 이런 이유일 수 있습니다. 치료에 대한 강박감, 환자와의 마찰과 끊임없는 인간관계 등 수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정신적,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치과의사 여러분이 조금은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며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불가의 글귀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석가모니는 고통이 찾아올 때면 이 글귀를 보라고 하였습니다. “고통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밝으면 해가 뜨고 내가 마음을 접을 땐 달이 진다. 인내심을 가져라 모든 것은 적당한 때에 나에게 온다. 내 자신을 등불로 삼고 내 자신에게 오로지 그 등불을 따라가라. 있던 것은 지나가고 없던 것은 돌아온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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