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 이전 시행…은행 ‘머니무브’ 방지에 총력전

2024-10-08

점유율 50% 넘지만 적립금 증가율 증권사에 밀려

ETF 등 고수익 상품 라인업 추가로 고객 이탈 방지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이 분주한 모습이다. 이전과는 달리 간단하게 퇴직연금 금융사를 바꿀 수 있게 되면서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고객들의 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고객 유치 및 이탈 방지를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수익 라인업을 추가하는 등 ‘머니무브’ 방지를 위해 전력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제도와 관련해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고수익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제도가 시행되면 고객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퇴직연금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금융사로부터 가져올 퇴직연금을 선택한 후 다른 금융사에서 이를 동의하면 퇴직연금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이전에는 보유 상품을 매도해 현금화 한 후 다시 매수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졌고 중도해지 수수료 발생과 같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은행권은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막기 위해 분주해진 모습이다.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간편해지면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으로 높은 점유율에도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낮은 약점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207조1960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52.7%를 차지한다. 반면 적립금 증가율은 2.4%에 그쳐 증권사(3.7%)보다 뒤쳐지는 모습이다.

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예·적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4.87%로 증권사(7.11%)보다 2.24%포인트 낮았다.

특히 ETF의 경우, 현재 은행 연금 계좌에서는 100~170개의 ETF를 거래할 수 있지만 증권사는 최대 700개까지 투자할 수 있어 상품 선택권이 많은 증권사로 퇴직 연금 자금이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퇴직 연금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기 위한 심의 과정을 서두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예금 상품을 현재 830개에서 890개로 늘리고 ETF는 68개에서 101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펀드를 358개에서 413개로, ETF를 131개에서 177개로 각각 늘린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ETF를 각각 13개, 15개 추가하기로 했고 NH농협은행도 연말까지 ETF 10개 이상을 더 늘릴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며 “다양한 연금 상품 개발을 통해 고객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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