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29일부터 수도권 외 지역 최초로 차세대 전립선암 표적 치료제 ‘플루빅토’ 치료를 시작했다. 이로써 지역 거주 전립선암 환자들도 장거리 이동 없이 최첨단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플루빅토(루테튬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는 스위스 노바티스가 개발한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로, 전립선암 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이 약물은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Lu)과 PSMA-617이 결합된 형태로, 암세포에 직접 방사선을 전달해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제거한다.
이러한 작용 원리로 플루빅토는 ‘방사선 유도 미사일 치료’, 또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로도 불린다. 기존 전신 항암화학요법과 달리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아, 기존 치료가 어려웠던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료 대상은 기존 안드로겐 수용체 경로 억제제와 탁산계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PSMA 양성의 진행성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다. 플루빅토 치료 전 PSMA PET/CT 검사를 통해 종양에 PSMA 과발현이 확인된 경우가 해당된다.
플루빅토는 2022년 3월 미국 FDA, 같은 해 12월 유럽 EMA에서 각각 승인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일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제한적으로 시행 중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이번 도입은 첨단 암 치료의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특히 고령 환자가 많은 전립선암 특성상 치료 순응도와 만족도 향상에 큰 의미가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9월부터 PSMA 표적 진단용 방사성의약품(Ga-68 PSMA-11)도 직접 생산해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플루빅토 치료의 필수 조건인 표적 발현 여부 확인과 전신 전이 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진단과 치료를 함께 수행하는 차세대 암 치료 접근법인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가 임상 현장에서 빠르게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홍제 핵의학과 과장은 “지역 공공의료기관이 첨단 치료를 도입함으로써 환자들에게 공평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먼 거리 이동의 부담을 줄여 치료 순응도와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