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엘리엇 "트럼프, 암호화폐 거품 부풀리고 있어…붕괴는 필연적"

2025-01-31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투기를 부추겨 시장에 거품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풀어 오른 거품은 언젠가 꺼질 수밖에 없으며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리엇이 최근 발송한 투자자 서한에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명백한 지지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일부 정치인들이 결국 미국 달러의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가상자산을 지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직격했다.

엘리엇은 서한에서 “금융시장이 이런 식으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며 “투자자들은 스포츠 도박을 하는 대중들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경고한 금융시장의 이상 징후는 최근의 인공지능(AI) 붐과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고평가 주식시장 등이다. 특히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 주목했다.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데다 ‘백악관이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최근 투기 광풍이 불고 있어서다. 엘리엇은 “가상자산은 그라운드 제로(폭탄이 떨어지는 지점)”라며 “거품의 불가피한 붕괴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리엇의 가상자산에 대한 비판은 엘리엇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폴 싱어가 공화당의 오랜 지지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웹사이트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싱어 회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56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모금단체)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도 5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다만 싱어 회장은 가상자산에 대해 예전부터 위험성을 경고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서한에서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누리고 있는 엄청난 이점을 강조하면서, 왜 미국 정부가 달러를 대체할 통화인 가상자산의 사용을 장려하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으로 만들고 ‘달러 약세’를 지지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비판한 셈이다. 엘리엇은 또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정치인들이 당선되도록 돕는데 수억 달러가 지출됐다고 지적하며 “어떤 선출직 공무원이든 ‘달러 약세’를 지지하는 것은 심각하게 위험한 일”이라고 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시장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디지털 자산과 금융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실무 그룹에 국가 디지털 자산 비축을 평가하는 작업을 맡겼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아들들과 함께 ‘월드 리버티 파이낸스’라는 가상자산 플랫폼을 지원했으며 이달 초에는 자신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에 관한 밈 코인을 각각 출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주주인 트럼프 미디어는 29일 소셜미디어를 넘어 가상자산과 기타 자산에 최대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금융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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