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소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막기위해 CCTV를 설치하기보다 안전관리 인력 확충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는 22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사들이 인력을 충원하거나 안전장치를 개선하기 보다는 이동식카메라를 설치해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목적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마저 듣다"며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전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발전사 측은 안전 관리감독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작업자들의 동의없이 이동식 카메라를 활용한 감시가 강화됐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김영훈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은 "최근 서부발전 등 발전사들은 현장에 지능형 CCTV라는 이름으로 현장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블랙박스, 고프로 같은 이동형 CCTV가 설치됐는데, 관리감독자는 관리감독이 아닌 현장의 인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원청인 발전사들은 이를 안전강화라고 포장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며 "카메라가 지켜보는 곳에서 노동자들은 숨조차 맘대로 쉴 수 없다. 사고의 구조적인 원인은 안전관리 미흡 등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근거로 노동자의 부주의를 탓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공운수노조 염호창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발전사는 공공기관으로 책무를 다하기보다는 법 규정도 없고 개인 동의도 없이 무분별한 이동식 블랙박스를 통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은 위험의 외주와 공공기관 인력 부족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공 서비스의 외주화 축소, 원청의 하청에 대한 안전책임 강화, 현장 인력 충원 등이 공공기관 안전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강성규 부위원장은 "발전소에서 김용균 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안전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이동형 CCTV를 설치한다고 했지만, 결국 김용균 노동자 이후에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위험업무를 2인 1조로 한다고 하더니 하청노동자한테 온갖 궂은 일을 시킨 것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동자들도 사람이다. 안전을 위해 위험한 작업을 할 때 안전관리자가 나와서 지켜보다가 위험이 감지되면 일을 멈추고 대피해야 되는 거 아니겠는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안전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발의 후 이동형 블랙박스가 다수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서부발전은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이동형 블랙박스 355개를 설치했고, 한국중부발전은 386개, 한국동서발전은 59개, 한국남동발전은 28개 등을 작업장에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에는 설비 이상이나 화재 등을 감시하기 위해 고정형 CCTV가 주로 설치됐는데, 이동형 블랙박스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근거리에서 촬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지능형 CCTV 등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으로 “지능형 CCTV, 드론, 인공지능(AI) 등을 현장에 적극 도입·확산하여 위험은 낮추고 효율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전국매일신문] 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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