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AI 시장 룰을 정한다, 치열해진 국제 표준 전쟁

2025-10-13

표준, 영어로 ‘Standard’는 stand(서다)와 hard(굳건히)의 복합어다. 12세기 중세 전쟁터에서 군대의 집결지나 지휘관의 명령을 알리기 위해 세우던 깃발에서 유래했다. 전쟁에서 깃발은 혼란을 막고 군대의 정체성을 다지는 상징이었다. 깃발이 휘날린다는 것은 곧 승리의 지표였다.

현재의 표준은 미래 핵심산업의 세계 시장 선점에서 신호 깃발, 즉 따라야 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기술을 선보여도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국제 표준화 회의장은 이 깃발을 세우기 위한 전장과도 같다. 세계 곳곳에서 매일 평균 43회 이상 개최되는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170여 개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시장의 룰을 정하는 표준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낙오되는 것이 첨단기술 경쟁의 현실이다. 우리 기술을 반영한 국제 표준이라는 깃발을 먼저 세워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 전환(AX)’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미래 시장을 지배할 AI와 AI 융합 산업에서 기술 패권 경쟁과 표준화 주도권 다툼 역시 더 치열해지고 있다. 2016년 알파고 등장을 계기로 국제표준화기구(ISO/IEC JTC1)는 AI기술위원회(SC 42)를 설립하고, AI 데이터·시스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로봇·가전·미래차 등 미래 핵심 산업별 기술위원회에서 AI 융합 산업 표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유럽·중국 등도 자국의 AI 기술과 융합 제품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산업계의 AX를 지원하고, AI 국제 표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인공지능 표준화 전략’을 발표하고 기업들의 국제 표준화 활동을 지원 중이다. 또 ‘제조 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AI 표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산업별 국제 표준화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ISO·IEC·ITU)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AI 표준 서밋’이 서울에서 열린다. 이곳엔 300여 명의 글로벌 리더들이 모여 AI 표준의 역할과 방향을 논의하고 서울선언을 발표할 예정으로, 우리나라가 AI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표준화기구들은 1946년 ISO 설립 결정일인 10월 14일을 ‘세계 표준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기념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표준의 날을 기념해왔다. 올해는 특히 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과제로 AI 융합 산업 표준을 본격 추진하는 해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표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한다.

김대자 국가기술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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