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우 제주대학교 교수 실버케어복지학과/논설위원
고령화는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제주 읍면 지역의 경우 10명 중 2명은 65세 이상으로 마을 자체가 고령화됐다. 무엇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 건강한 삶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고령장애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3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00년 76.0년에서 ’22년 82.7년으로 OECD 회원국 중 일본과 스위스에 이어 3위 수준이다.
반면 건강하게 살 것으로 기대되는 건강수명은 ‘22년 65.8년으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16.9년이다. 즉, 기대되는 생존기간 동안 약 17년을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으로 노후 건강한 삶과 생활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한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실제 ‘장애통계연보’를 살펴보면, ‘23년 전체 65세 노인인구 중 절반 이상인 54.3%가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고령화와 함께 노후 장애와 건강에 대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 및 학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은 단지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온전히 안녕한 상태로 정의하며, 건강권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 권리로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15년 노인의 웰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적 능력을 개발하고 보존하는 과정으로 건강노화의 개념을 제시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노인들의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건강증진개발원(2023)은 노인의 건강불평등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건강불평등은 흔히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노년기의 건강차이가 생애 초기부터 시작되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지속적이고 누적적인 영향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즉, 계층화된 사회 속 노인들의 소득격차가 생애동안 쌓이면서 더욱 불평등한 상황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장애인은 장애와 노화로 인한 이중위험과 함께 건강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흔히 고령장애인은 고령화된 장애인(노령화된 장애인)과 노화로 인한 장애(노인성 장애인)로 구분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노후의 건강에 대한 접근에 있어 장애 또는 노인의 정체성이 다르고 그에 따른 건강서비스 욕구도 상이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정책과 장애인정책은 65세라는 나이를 기준으로 구분하고 서비스 간 분절성을 나타내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특히 돌봄 정책에 있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이용함에 있어 장애와 노화에 따른 서비스 욕구를 적절하게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장애인, 노인 등의 보건의료, 요양 등 돌봄 지원의 통합적 제공을 목적으로 지난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 2년여 시간이 남았다. 노령화된 장애인이든 노인성 장애인이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한 돌봄과 건강지원체계가 하루빨리 구축되길 바라며 제주에서 먼저 선제적으로 관련 정책과 제도를 준비하여 건강한 노후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