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광장] 아파트 신축현장 정보통신실 포화…“통신실 면적이 문제다”

2024-11-29

이상일 정보통신기술사

㈜세광티이씨 전무

둔촌재건축 정보통신감리단장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정보통신설비들이 넘쳐나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빌딩, 인공지능(AI) 스마트 빌딩 트렌드에 따라 정보통신설비는 자꾸 늘어나고 있는데, 통신실 면적은 오히려 줄어든 결과 포화상태가 돼 시공이나 유지보수를 위한 공간조차 고려되지 않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가 심하다. 아파트 건축을 위한 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 사무소에서는 발주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 면적 확대에 초점을 맞추어서 설계함으로써 정보통신설비들이 시공될 공간이 축소되거나 열악한 공간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 건축을 위한 설계를 건축사 사무소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전기·소방 등 후속 공종의 설계는 하도급으로 진행돼 정보통신 설계 엔지니어들의 영향력이 미미한 실정이다.

2010년 10월에 해운대 우신골드 스위트 아파트에서 청소원들이 피트 공간에서 간식을 조리하다가 큰 화재가 발생하였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1.2×1.2×1.2m가 넘는 피트 공간에는 간이소화설비를 시공해야 한다는 규제를 시행했다. 이에 건축사 사무소에서는 간이소화설비 설치에 대한 의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층통신실(TPS실)의 어느 한쪽을 1.2m 이하로 설계하다 보니 층통신실이 더욱 줄어드는,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 이후에 건축되는 아파트 단지의 층통신실(TPS실)은 시공이나 준공 후 유지보수를 위한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유선통신사의 초고속인터넷설비와 유선전화설비들은 층통신실 공간이 부족해 수직 트레이상에 함체를 부착해 비정상적으로 시공하는 사례가 있고, 이동통신사들의 옥상 중계설비들은 옥상 화단 등에 밀려서 옥탑층으로 올라가거나 옥상 외벽 벽체에 앵커를 박아 어렵게 시공하고 있고, 지하주차장 인빌딩 중계설비들은 시공 공간이 없어서 열악한 구석진 피트 공간으로 내몰리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의 방송설비 역시 지하 주차장의 천장 수평 트레이상에 비정상적으로 시공되는 사례가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 건축 설계 시 건축설계가 선도 공종이고, 정보통신·전기·소방은 후속 공종이므로 적정한 통신실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지통신실, 동통신실, 층통신실(TPS실), 세대단자함 등의 면적과 조건 등이 법·제도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건축물에서 철근과 콘크리트로 구성되는 골조가 인체의 골격과 근육에 비유할 수 있다면, 정보통신설비는 신경과 혈관이고 궁극적으로는 두뇌에 비유할 수 있으므로 정보통신설비들이 시공되는 정보통신실의 면적을 무리하게 아끼지 말아야 한다.

건축사사무소는 발주처의 니즈에 영합하기 위해 커뮤니티 시설 등에는 면적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보통신실 공간을 더욱 줄임으로써 정보통신 설비들이 열악한 공간으로 내몰려 무리한 시공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AI 혁명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아파트 등 대형 건축물의 통신실 면적이나 환경조건 등을 규정하는 현행 법 제도의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의 방재실은 일반 회사 건축물의 전산실에 해당되는데, 이 공간에 아파트 운용관리를 위한 인텔리전스(Intelligence)가 집중되어 있지만, 아직 법·제도적으로 면적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갈수록 혼잡스러워지고 있는 실정이므로 방재실 면적과 환경조건 역시 법·제도적으로 규정되는 게 바람직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경우, 전기와 소방처럼, 정보통신 설계책임자로 정보통신기술사 등과 같은 전문가에게 설계권을 부여해서 정보통신 설비들이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시공뿐 아니라, 준공 이후 유지보수를 위한 공간과 AI 혁명으로 AI가 건축물 속으로 들어오는 미래 수요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