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문제 비장한 결단해야

2024-10-17

4주 전 이 칼럼에서 ‘정권의 핵심 리스크가 된 영부인’이란 제목의 글을 썼다. 그사이에 또 많은 일이 벌어졌다. 지금은 ‘정권의 최대 리스크가 된 영부인’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듣도 보도 못 했던, 그러나 알고 보니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명태균이라는 선거 브로커가 갑자기 튀어나와 영부인 공천 개입 논란이 불거지더니 사건이 점점 더 번지면서 급기야 명씨가 김 여사와 오갔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여사는 대선이 한창이던 2022년 1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7시간 녹취록이 공개돼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그랬으면 외부인과의 접촉에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하다. 그런데 김 여사는 불과 한 달 뒤 잘 알지도 못하는 좌파 목사에게 카톡으로 “전 왜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해서 이 고생을 하는지 ㅠㅠ 후회했고 남편에게 원망스러운 절규를 뿜어내고 살았어요”라며 구구절절 속마음을 털어놨다. 2년여에 걸쳐 이 목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는 수백 개에 달하는데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한 편의 심리분석 보고서를 쓸 수 있을 정도다. 이 메시지들은 결국 지난해 고스란히 세상에 노출됐다. 명품백의 비극과 함께였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명씨와의 카톡에서도 김 여사의 ‘친절’은 여전했다. 거기서 김 여사가 오랜 관계도 아닌 명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한 대목이 시중의 화제다. 하지만 그런 건 가십일 뿐이다. 오히려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김), “내일 준석이를 만나면 정확한 답이 나올 겁니다. 내일 연락 올리겠습니다”(명)고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본인이나 그 주변에서 모종의 발언이 나왔고, 거기에 대해 김 여사가 관심을 표시하자 명씨가 이 대표를 직접 만나 진의를 파악해 보고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김 여사가 남편의 선거운동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거다.

김 여사, 자신을 남편 동업자로 여겨

불법 여부 떠나 국민감정 매우 자극

지지율 더 떨어지면 국정수행 불능

김 여사는 “암튼 저는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 해결할 유일한 분이고요”라고 치켜세웠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모종의 미션을 부여하고 성과를 기대한 듯하다. 명씨는 김 여사와의 카톡 사진이 2000장 넘는다고 큰소리쳤다. 앞으로 무슨 내용이 더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김 여사 본인도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김 여사 스타일상 개별적으로 접촉한 사람이 어디 명씨 한 명뿐이겠는가. 전화녹취ㆍ카톡ㆍ텔레그램ㆍ문자메시지 등 다양한 형태의 폭로가 계속 터져 나올 것이다. 그동안 공개된 내용에 비춰보면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늘 챙겨줘야 할 대상이며, 남편과 자신은 동업자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일반 가정집이면 미담일 수도 있겠지만, 영부인이라는 위치에선 전혀 다른 맥락이 된다.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것은 대통령이지 대통령 부인이 아니다. 영부인의 영향력이 어느 선을 넘는 순간 국정농단 시비에 휘말리기에 십상이다.

가령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의전비서관에 김 여사의 대학원 동문을 기용했다. 이벤트 대행회사 대표 출신이어서 외교 프로토콜엔 문외한이다. 대통령 일정과 동선을 관리하는 의전비서관에 영부인 측근을 임명한 건 처음이다. 대통령 의전보다 영부인 의전이 더 중요하단 얘긴가. 관저 공사에도 김 여사의 입김이 배어든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얘기가 ‘여사 라인’에서 흘러나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 여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교수는 자신이 영수회담의 비선라인이었다고 자랑스레 떠벌렸다.

이런 일들은 불법 여부를 떠나 국민감정을 심하게 자극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은 김 여사 문제가 큰 원인을 제공했다. 이제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도 아주 비장한 결단이 필요하다. 여기서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국정 수행이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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