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거래(B2B)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시장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단가 경쟁이 심하고 마진이 낮은 B2B 시장을 뛰어넘어 B2C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더 높은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B2C 시장 진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와 기업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화 기기 부품 전문업체 삼익THK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B2C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삼익THK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품 제조 공정에 필요한 산업용 로봇을 생산해왔는데 국내 기업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로봇 설계, 제어, 양산 기술까지 모두 갖고 있다. 삼익THK는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노인 재활에 효과적인 AI 기반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 중이다. 내년 양산이 목표다. 웨어러블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면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헬스케어 분야로의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자동차 전장업체인 현대하이텍은 B2B 시장에서 확보한 차량용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관계사 글로벌하이텍전자를 통해 B2C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공기청정기능이 포함된 냉온 겸용 매트인 하펠 슬립케어 플러스 제품을 선보인 글로벌하이텍전자는 조만간 스마트 생활가전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제품 디자인을 확정하고 KC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자 전시회인 CES 2025에도 참가한 회사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으로 사업 무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포인트모바일(318020)은 태블릿 PC 에이바(AVVA)로 현대에이치티(039010)는 월패드 등 스마트홈 기기를 앞세워 B2C 시장을 노크 중이다. 포인트모바일이 산업용 모바일 컴퓨터 제조 17년 경험을 바탕으로 선보인 PT11은 지난해 LG유플러스 품질 인증을 획득했다. LG유플러스의 품질 인증을 받은 제품은 무선 주파수(RF) 성능, 네트워크 품질 등에서 안정성과 보안성이 보장된다. 포인트모바일은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을 강화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B2C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처럼 B2B 전문 업체가 B2C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기존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꿔 말해 적은 초기 투자 비용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단가 경쟁이 심해 마진이 낮은 B2B 시장에서 벗어나면 프리미엄 제품으로 B2C 시장에서 고마진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면 B2B 시장에 비해 제품 가격도 상대적으로 쉽게 인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B2C 시장은 어려운 시장이지만 공략에 성공할 경우 그만큼 얻는 게 많다”며 “B2C 시장 진출은 모든 중소기업의 궁극적인 꿈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