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취두부(臭豆腐)의 기원은 치즈일까?

2024-11-27

명나라를 세운 황제 주원장,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 청나라를 말아먹은 서태후, 지금의 공산 중국을 만든 모택동, 현대 중국 경제발전을 이끈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이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했다는 음식이 있다. 무엇일까?

답은 취두부(臭豆腐)다. 냄새가 지독하기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중국 특유의 바로 그 두부다. 물론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들 네 명이 모두 취두부를 좋아했다는 말, 검증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그렇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싶겠지만 나름 시사하는 부분이 있다. 중국사람들, 시대와 지위를 가리지 않고 모두 취두부를 좋아한다는 소리다. 이유야 중국인들 입맛에 맞으니까 즐겨 먹겠지만 어쨌든 중국인은 왜 하필 냄새나는 두부를 만들었으며 언제부터 이런 음식이 발달했을까? 그리고 취두부에 담긴 음식문화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중국인 대부분은 취두부의 그 꼬리꼬리한 냄새와 중독성 강한 맛을 진심으로 즐긴다. 그런만큼 지역별로 명성을 떨치는 특산 취두부를 비롯해 종류도 많고 또한 취두부를 이용한 요리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가장 흔한 취두부 요리로는 시장이나 거리 노점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취두부 꼬치구이(炭烤臭豆腐)를 비롯해 취두부 튀김(油炸臭豆腐) 취두부찜(清蒸臭豆腐), 취두부 훠궈(臭豆腐火鍋) 등등이 있다.

지역별로 유명한 특산 취두부도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북경을 대표하는 왕치화(王致和) 취두부다. 청나라 강희제 때 생겼다고 하는데 시중에서 유명해지자 황실 주방에까지 납품했고 청나라 말의 서태후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심지어 서태후가 취두부 대신 어청방(御靑方)이라는 이름까지 하사했는데 역겨운 냄새를 뜻하는 취(臭)자가 아름답지 못해 대신 내려준 이름이다. 발효과정에서 두부에 푸른 곰팡이가 피어 두부 색이 변했기에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호남성 장사(長沙) 취두부도 널리 알려졌다. 겉모습이 짙은 검은색으로 만들 때 고추를 섞어 매운 맛이 특징이다. 장사 출신의 모택동과 주룽지가 매우 좋아해 먹을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안휘성의 모두부(母豆腐)도 명성이 높다. 전해지는 말로는 주원장이 황제가 되기 전 원나라 관군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뒀다. 학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이를 고마워하며 두부를 만들어 주원장의 병사들을 먹였다. 하지만 너무 많아 다 먹지 못했고 덥고 습한 날씨에 보관도 제대로 못해 두부가 발효됐다. 이에 주원장이 발효된 두부를 기름에 튀겨서 보관하라고 했는데 이 두부 너무 맛이 좋아 인기였다. 이 두부를 모두부라고 했는데 세월이 흐르며 개량을 거듭한 것이 지금의 취두부가 됐다고 한다.

여기서 모(毛)두부는 털 난 두부가 아니라 곰팡이가 솜털처럼 핀 두부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로운 곰팡이인 효모 균주에 의해 발효돼 삭은 두부다.

취두부는 두부를 발효시켜 삭혀 만든다. 정확하게는 효모가 있는 소금물(臭鹵水)에 담아 발효시킨다. 그러니 핵심은 효모다. 옛날에는 볏짚과 고기 등을 넣고 썩혀 생기는 자연 효모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인공 배양한 효모를 이용해 취두부를 만든다고 한다.

우유로 만드는 치즈의 맛과 냄새가 효모의 차이, 숙성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콩물인 두유로 만드는 취두부 역시 효모와 숙성법이 맛과 냄새를 좌우한다. 정리하면 냄새가 지독한 치즈와 취두부의 차이는 원료가 우유냐 두유냐의 차이일 뿐 만드는 원리는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취두부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대략 원말명초인 14세기 무렵으로 추정한다. 앞서 언급한 안휘성 백성들이 주원장 군대에 제공한 두부가 삭아 모두부(毛豆腐)가 생겼고 이 두부가 진화해 취두부로 발전했다는 전설이 취두부의 기원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왜 하필 안휘성일까? 안휘성은 중국에서 처음 두부가 만들어졌다는 지역이다. 시기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한나라 때가 아닌 당송시대라는 설이 유력하다.

일부 중국 음식사 학자들은 북방 유목민의 식품인 치즈나 버터 등의 유제품을 모방해 농경민인 한족이 우유 대신 콩물로 두부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설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취두부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취두부가 유목민의 냄새나는 낙농제품 치즈와 제조방법이나 식품 특성이 너무나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부정할만한 추론도 아닌 것 같다.

글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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