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河南)성 쉬창(許昌)시의 가발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링징(靈井)진을 필두로 한 쉬창시는 '중국 가발의 도시'로 꼽힌다. 헤어 제품 기업 4000여 개가 모여 있는 이곳에서 전 세계 가발 10개 중 6개가 생산된다.
가발산업 종사자 수는 무려 30만 명 이상이며 120여 개 국가(지역)에 판매된다.
여성·남성용 가발 등 3000여 종이 생산되는 이곳의 연간 수출입 총액은 200억 위안(약 3조8600억원) 이상으로, 그야말로 세계 최대의 헤어 제품 집산지이자 수출기지다.
◇'보따리장수'에서 '글로벌 가발 생산지'로
링징진의 가발산업은 연극 무대 소품에서 시작됐다. 관련 문헌에 따르면 명나라 가정(嘉靖) 시기의 링징 사람들이 사람의 머리카락을 수집하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20세기 초 쉬창시 링징진 취안뎬(泉店)촌의 한 마을 주민이 외국 상인과 협력해 가발 가게를 열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수매한 머리카락을 가발로 가공해 해외에 판매했다. 가발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자 취안뎬촌에서 링징진에 이르기까지 가발산업에 뛰어드는 주민들이 점차 늘었다.
가발산업이 링징진에서 쉬창시, 허난성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1990년대 링징진은 중국 최대 가발 원재료 집산지로 부상했다. 링징진에서는 가발 제작 100여 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샤오궁(小宮)촌의 한 가발 작업장. 이곳에서 정카이민(鄭凱敏∙44)이 수매한 머리카락 묶음을 다듬고 있다. 머리카락 한쪽 끝을 목재 브로치머신에 고정한 후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여 엉킨 머리카락을 한 가닥씩 떼어낸다. 그다음 길이에 따라 머리카락을 분류하고 묶어 '가발 묶음'을 만든다.
"이렇게 묶음별로 나누어 놓으면 거래할 때나 심가공하기가 편리합니다." 정씨의 설명이다.
◇'소규모 매장'에서 '상장사'로
지난 1989년, 샤오궁촌의 청년 정유취안(鄭有全)은 자금 30만 위안(5790만원)을 조달해 30여 명의 농민을 이끌고 모발공정공장을 설립해 인모를 전문적으로 매입∙판매 및 애벌 가공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듬해인 1990년 쉬창현에 헤어제품모체공장을 설립하고 가발 묶음, 염색에서 가발 제작 공정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전체 기술을 마스터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쉬창현 헤어제품모체공장은 1993년 미국의 한 기업과 합자해 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2003년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중국 헤어 제품 기업 1호 상장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곳 기업의 생산 작업장에 들어서면 분주히 기계를 조작하고 바느질을 하는 작업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의 손을 거친 재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화려한 컬러를 자랑하는 트렌디한 가발로 탈바꿈한다. 생산된 가발들이 해외 각지에 판매되기까지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로
최근 탈모, 패션 등 다양한 이유로 가발 사용이 일상화됐다.
이에 따라 중국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는 '가발로 비주얼 업그레이드', '머리숱 늘려 얼굴 작아 보이게 만드는 법' 등 검색어가 젊은 층 사이에서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날 쉬창시에는 3000여 개의 코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헤어 제품 기업이 들어서 있다. 왕샤오민(王效民) 쉬창시 헤어제품산업연맹 비서장은 "인터넷 플랫폼 덕분에 전체 산업사슬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제품 수출도 쉬창 가발산업의 새로운 성장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쓰위안(司遠) 루이베이카(瑞貝卡)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아마존 부문 책임자는 나이지리아·가나·캄보디아에 공장을 두고 1000여 종의 가발 제품을 생산해 북미·유럽·아프리카 등 40여 개 국가(지역)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년이 넘는 가발산업 발전사를 써내려온 링징진은 애벌 가공에서 심가공, 원재료 수매에서 완제품 수출을 실현했다. 업스트림 참여자에서 전체 산업사슬을 갖춘 지역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링징진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출처 신화통신
정리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