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일제 강점기 이상화의 저항시다. 고1이 된 아들 녀석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를 거닐며 밤새 외운 시를 더듬더듬 낭송한다. 지난밤 늦은 귀가에 따른 벌칙으로 시를 외워야 했다. "아빠~왜 빼앗긴 들에 봄이 오지 않는지 알겠어요." 반강제로 끌려온 아들의 반항이다.
지난 2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최후 진술을 하였다. 최후의 발악이었다.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용"라며 항변을 했고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역겹다 못해 지겨운 변론을 인내해야 하는 헌법재판관들이 안쓰럽다.
비상계엄 이후 골목의 소상공인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이 IMF,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어하며 죽을 맛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기관지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22위에서 32위로 10단계 하락하여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함있는 민주주의'로 강등했다.
이래도 12‧3 내란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인가? 이런 무능, 무책임, 무도한 내란 수괴는 내란의 실체가 보일 때까지 평생을 '호수 위에 달 그림자가 내려다 보이는 감옥'에서 수감되어야 마땅하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윤석열 내란수괴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나경원, 조배숙, 윤상현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전광훈‧손현보 목사 같은 계엄 계몽주의자들이 딱 그 짝이다. 현재 그들은 탄핵인용이 확실 시 되자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는 술수로 헌법재판관을 공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불복하려는 꼼수다. 이는 보수의 탈을 쓰고 헌법을 파괴하려는 무법주의자들의 난동이다.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알고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알게 하라."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검찰독재에 몰입하며 역사에 몰지각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동조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130년 전 '보국안민, 광제창생' 기치로 동학농민혁명에서 시작한 죽창과 짱돌의 현대사를 알았다면 어떻게 천인공노할 내란을 일으키고 이에 동조할 수 있었겠는가? 전한길 같은 비뚤어진 역사관을 갖은 사람이 어찌 일타강사로 군림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반역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윤석열이 개선장군처럼 서울구치소를 걸어나왔다. 울화통이 터진다. 하지만 파면의 물리적 시간은 우주의 법칙에 따른다. 정치검찰에 오염될 수 없다. "윤석열 파면은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노랫말의 첫 단추다."라는 장순욱 변호사의 최후변론이 곧 헌재의 결정문이 되지 않을까.
'나는 온 몸에 시대의 짐 둘러 메고/ 푸른 절망, 푸른 희망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윤석열 석방되어 봄조차 빼앗기겠네./ 파면이 봄이로세.' 필자의 개사 시 낭송을 아들마저 읊조린다.
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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