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일반계고 중 유일하게 한국학력평가원이 펴낸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는 17일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채택 철회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경북교육연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등 20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 단체는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사 교과서의 검·인정 취소 및 채택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문명고 교장은 1종의 좌파 한국사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사용하겠다며 역사 왜곡 한국사교과서 문제를 좌우 대결로 몰고 가려 한다”면서 “하지만 친일독재를 미화한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은 좌우 대결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불의, 인권과 반인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경북지부 등은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교육부 소속 공무원이 저자로 참여하는 등 집필과 내용 오류 및 왜곡 등 심각한 하자가 있음에도 검·인정을 통과한 만큼 폐기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의 끊임없는 현대사 왜곡 및 교육 시도가 배경으로 깔렸을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되면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검·인정이 취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책위는 “문명고는 한국사 교과서 1종을 보조교재로 추가한다는 꼼수가 아니라,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 검·인정 취소로 인한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불량 교과서 채택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명고는 지난 16일 2025학년도 1학년 한국사 수업에 한국학력평가원이 출판한 한국서 교과서 이외에 나머지 검·인정 교과서 8종 가운데 하나를 선정해 수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선정된 교과서는 주교재로, 나머지 교과서는 보조교재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전날 문명고는 17일 오후 2시부터 문명고 교장실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9종 한국사 교과서 공개 행사를 예고했지만, 대책위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돌연 연기 조치했다.
학부모 등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정치이념 편향된 단체들이 학교의 온전한 교육활동을 다시 방해하려고 (해서)행사를 순연하고자 한다”면서 “정치이념 논쟁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교육을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실제 교과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