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담배사업법 개정안 논의 또 연기, 글로벌 규제 흐름 속 韓만 동떨어져
규제 사각지대 틈타 합성니코틴 무분별 확산, ‘과세 폭탄’ 천연니코틴은 궤멸
세수 결손 3조3895억원 육박, 소비자 보호도 미흡…판매자단체 “정상화 필요”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합성니코틴을 ‘담배’에 포함시키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또 늘어지고 있다. 제도 사각지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우후죽순 늘면서, 전자담배 판매자들까지 규제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제화를 통해 기형적 시장 구조를 바로잡고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입장문을 통해 “합성 니코틴 규제 법안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편법 수입업자와 판매자들은 흡연자·비흡연자 구분 없이 무차별적인 홍보와 판매를 이어가며 기하급수적으로 팽창 중”이라며 “합성 니코틴은 연초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고, 나아가 비과세 니코틴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 과도한 세율에 대하여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시장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는 담배 정의를 ‘연초’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앞선 법안 논의가 길어지면서 뒤로 미뤄졌다. 합성니코틴 규제 관련 논의는 2016년 이후 9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합성니코틴 관련 규제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현행법은 ‘담배’를 연초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담배 뿌리나 줄기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과 합성니코틴 등은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와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허가받은 담배사업자가 아니어도 판매가 가능하다 보니, 온라인과 무인자판기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세금 규모만 3조3895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규제 미비로 인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담배’로 규정되는 담배 잎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의 경우 액상 1㎖당 1799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물가수준이 비슷한 이탈리아 비교해 약 16배, 주요 OECD 국가들 대비 7~20배 이상 무거운 세율이다. 반면 합성니코틴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나 광고 등도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판매자들로서는 ‘담배’로 규제되는 천연니코틴을 판매할 유인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세 불균형으로 천연니코틴의 빈자리를 합성니코틴이 차지했지만, 담배 규제에서 제외돼 있어 소비자 보호는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는 수많은 중소브랜드 및 해외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는데,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성분과 함량이 불분명한 저가 제품까지 유통되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과 자판기 등을 통한 판매에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청소년 흡연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청소년에게까지 전자담배 마약 등이 확산될 정도로 시장이 지켜야 할 선을 넘은 상황인 만큼, 시장 종사자로서 규제 필요성을 느낀다”라며 “다만 판매자들이 자발적으로 규제 도입을 찬성하고 나선 만큼, 합리적인 세율과 적법한 세금 납부로 시장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