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경기 타율 0.138. 키움 야시엘 푸이그(35)는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푸이그를 필두로 한 강력한 타선을 구상했던 키움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키움은 시즌 초반 푸이그를 리드오프에 배치하며 파격적인 타순 변화를 시도했다. 2022년 강타자로서 리그에 강렬한 인상을 심은 푸이그를 가장 먼저 내보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였다. 푸이그와 이주형, 루벤 카디네스, 송성문, 최주환까지 이어지는 키움의 테이블 세터~클린업 트리오 라인에는 빈틈이 없었다.
시즌 시작은 좋았다. “내가 있는 한 키움의 꼴찌는 없다”라고 당차게 선언한 푸이그는 개막 후 7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3월 타율은 0.324를 찍었다. 전체 타선에 선순환이 생기며 팀 타율도 올라갔다. 키움의 ‘강한 1번 타자’ 전략이 적중하는 듯했다.
푸이그의 타격감은 4월 들어 급격하게 저조해졌다. 멀티 히트는 고사하고 무안타로 침묵하는 날도 잦아졌다. 지난 18일 KT전에서 9회말 결승타를 치며 긴 슬럼프에서 탈출하는 듯했으나 이후 두 경기 연속 안타가 없다.
올해의 키움은 푸이그가 전성기를 누렸던 2022년과 다르다. 선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타선에서 마운드의 약점을 상쇄해 줘야 한다. 그러나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타격감에 푸이그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새다.

지금의 키움은 ‘강한 1번 타자’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떨어진 타격 사이클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조합해야 한다. 푸이그는 지난 15일 롯데전부터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을 오가며 최상의 자리를 찾고 있다.
KT도 시즌 초반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 시즌 멜 로하스 주니어를 리드오프로 기용하며 재미를 본 KT는 올해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테이블세터로 배치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득점 흐름이 끊기고 잔루가 많아지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두 선수의 타격감도 떨어졌다. 결국 KT는 타선 재편을 통해 로하스를 1번, 강백호를 4번으로 떨어트렸다. 이후 팀의 타격 사이클이 전체적으로 올라오며 KT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금 키움에 고정 타순은 없다”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푸이그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위타선에서 마음 편하게 치라고 얘기했었다”라며 “선수 본인은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가 안 좋다 보니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