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계산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 가격을 그대로 시가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이 납세자가 제기한 종합소득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경영권 이전이 수반된 거래가격은 주식 자체의 일반적 시가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시가 산정은 관련 규정에 따라 다시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도 밝혔다.
사건은 공업용 가스 제조·판매업체 B사 임원 A씨가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 스톡옵션을 부여받아 행사한 뒤 취득 주식을 새 대주주 측에 양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약정가격은 경영권 이전과 함께 형성된 실지거래가액이었다. A씨는 이 가격을 스톡옵션 행사 당시 시가로 보아 근로소득으로 신고·납부했다.
A씨는 이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약정가격은 스톡옵션 행사 시가가 될 수 없다”며 경정청구를 했다. 시가가 불분명하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준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관할 세무서는 이를 거부했다.
세무서는 주식양수도계약서에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문구가 없고,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인근 거래가격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약정가격을 시가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량의 주식 거래가 정상적으로 형성됐다면 그 가격 자체가 시가라는 논리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수반된 주식의 실지거래가액은 스톡옵션 행사 당시의 ‘시가’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동반매도참여권(tag-along) 등을 통해 프리미엄을 일부 향유했다 하더라도, 이는 주식의 일반적 교환가치가 아니라 경영권 이전과 결부된 대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재판부는 계약서에 ‘경영권 프리미엄’ 문구가 없다고 해서 프리미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이 곧 부여 당시 시가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즉, 행사가격이나 계약 문구만으로 시가가 확정된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취지다.
과세요건 법리도 정리됐다. 스톡옵션 행사이익은 행사 시점에 ‘시가–행사가격’ 차액이 현실화될 때 근로소득으로 과세된다. 반면 경영권 프리미엄 상당액은 주식 양도 과정에서 실지거래가액으로 나타나 양도소득 과세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근로 제공 대가인 행사이익에 포함해 과세할 수는 없다고 봤다.
결국 법원은 경정거부처분 전부 취소를 선고했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소득세법과 관련 시행령·규칙에 따라 상증세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준용해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나, 제출 자료만으로 정당한 세액을 즉시 산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과세당국의 후속 산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스톡옵션 ‘시가’ 산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해야 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한 사례다. 경영권 이전을 수반한 거래가격을 곧바로 시가로 삼아 행사이익에 근로소득을 매기는 방식에 제동을 건 만큼, 향후 과세당국은 거래 구조, 권리관계(동반매도참여권 등), 보충적 평가방법 적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심판례: 서울행정법원-2024-구합-7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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