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 ‘셀(Cell)’에 논문
“우한서 3000㎞ 떨어진 곳에서 유행”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조상 격인 바이러스가 팬데믹이 발생하기 5년 전 팬데믹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우한에서 수천㎞ 떨어진 남서부 윈난성과 라오스 북부 일대 박쥐들에서 유행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영국 에든버러대 주도 국제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실험실 유출설’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에든버러대 주도 국제 연구팀에는 중국을 포함한 미국, 유럽, 아시아의 20개 기관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와 같은 계통인 박쥐 사베코바이러스의 여러 표본을 토대로 유전체를 분석하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확산 경로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조상은 수십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최근에는 2014년에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코로나19가 인간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으로부터 약 5년 전이다.
이 바이러스는 라오스 북부와 중국 윈난성의 박쥐들에게서 유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은 코로나19의 인간 감염이 처음 확인된 우한에서 약 3000㎞ 떨어져 있다. 이는 박쥐의 자연적인 비행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거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접적 조상이 되는 박쥐 바이러스가 박쥐 개체군 사이의 정상적인 확산만으로는 인간 감염 출현 위치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연적인 동물 이동보다 야생 동물 거래를 통해 도시 중심지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SARS-CoV-2 팬데믹의 진원지가 우한에서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4개 시장 중 하나라는 명백한 증거를 고려하면 SARS-CoV-2의 가장 가까운 추정 조상이나 직접적 조상은 야생·사육 동물 거래를 통해 윈난성이나 주변 지역에서 후베이성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번 연구 논문의 1저자인 조너선 페카르는 지난 7일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2019년 우한에서 유행하기 약 5∼7년 전 중국 서부나 라오스 북부에서 SARS-CoV-2가 나타났다고 언급했다고 SCMP는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둘러싼 논란은 미중 사이의 정치적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지난달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실험실 유출’이라는 제목 아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게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같은 달 23일 홈페이지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히려 미국에서 먼저 출현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