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과 수차례 귓속말로 변론 지휘
‘헌재 폭동모의’ 신고 접수에 경비 삼엄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직접 증인신문을 요청하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변론이 막바지에 돌입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1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면했다. 이 전 장관은 충암고 12회 졸업생으로 윤 대통령(8회)은 물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7회)의 후배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 진술에 여러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답하거나 “정부 부처별로 엄청난 예산이 깎여 대통령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이 국회 대리인단과 언쟁하며 “국회처럼 (말을 끊고)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하자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변호인단에 여러 차례 귓속말을 하며 변론을 지휘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국회 측 반대신문이 이어지는 동안 연필로 메모하고 이동찬 변호사에게 수시로 귓속말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변호사가 비상계엄 선포 배경과 관련해 “쌍방울과 화천대유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의혹을 알고 있었느냐”고 이 전 장관에게 묻는 대목에선 윤 대통령이 재판부에 “남은 1분50초는 직접 물어도 되겠느냐”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대리인이 물어보도록 전달해달라”며 제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발언 기회를 얻자 손짓을 하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윤 대통령은 “(야권에서) 무려 178회를 퇴진과 탄핵 요구를 했다”며 오른손으로 숫자를 강조하는가 하면 ‘정권 파괴’, ‘예산 삭감’ 등을 주장할 때는 목소리가 올라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 기동대 45개 부대를 배치하며 우발상황에 대비했다. 헌재 주변은 이전보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 행인 통제가 이뤄졌다. 온라인상에서 헌재 평면도를 공유하는 등 헌재를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를 모의하는 세력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때문이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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