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습
〈제2부〉 기후변화와 싸우는 사람들
7화. ‘일상기후’가 된 ‘이상기후’
#2024년 4월 17일 오스트리아 필라흐 지역 기온은 30℃를 돌파했다. 90년 만의 최고 기록. 그런데 이틀 만에 수은계가 영하로 급락하며 폭설이 쏟아졌다. 불과 48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6월 중순엔 사우디 메카의 낮 최고기온이 51.8℃까지 치솟으며 성지순례객 1300여 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 지역엔 8시간 동안 400㎜의 폭우가 내렸다. 이 지역 1년 치 강수량이었다. 스페인 3대 도시 중 하나인 발렌시아와 인근 지역에선 반나절도 되지 않아 약 300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앞선 5월엔 브라질 남부 지방에 80년 만의 대홍수가 났다. 2주 동안 멈추지 않고 내린 비는 서울 면적의 6배 넘는 곳을 침수시켰고, 최소 175명이 사망했다. 두 지역 모두 지독한 가뭄을 겪은 후였다.
기후폭동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지구가 미쳐가고 있다. ‘이상기후’가 ‘일상기후’가 됐다. 극단적 폭염과 한파·홍수·가뭄·태풍·산사태 등으로 인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인류는 ‘기후폭동’ ‘기후재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를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기후변화 허구론자’들이다(‘기후의 역습’ 제2부 5·6화 참조). 허구론자들은 천재지변과 이상기후는 늘 있었다고 말한다. 이상기후가 기후변화 탓, 이산화탄소 영향이라는 주장은 사기라고 일갈한다. 심지어 ‘모든 건 신의 뜻’이라고도 한다.
잦아지고 세지고 피해 커진 이상기후
수천 년 전부터 대홍수와 대가뭄은 있었다.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 왕국 때 점토판에 새겨진 아트라하시스 설화엔 문헌상 최초의 대홍수 얘기가 나오고, 삼국사기엔 백제 온조왕 4년(BC 15년)에 가뭄이 극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정상적으로 덥고 추운 해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기후의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세지며, 피해는 커졌다.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활동한 기후 연구학자들이 조직적으로 조작하지 않은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연구 결과다. 이 또한 우연이고 신의 뜻인가.
중앙일보 ‘기후의 역습’ 7화에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 사례와 그 원인을 찾고, 주요 변인(變因)이 ‘대기의 변화’에 있음을 밝힌다. 사람으로 인한 하늘의 변화가 다시 하늘을 악화시켜 사람을 해하는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대기를 감시하는 ‘기후 등대지기’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