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겨울채소 생육전선에 ‘이상 신호’

2024-11-21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에다 11월에도 떨어질 줄 모르는 기온 탓에 채소가 병들어 건질 게 없습니다.”

9월초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진 잦은 비와 이상고온 때문에 제주에서 생산되는 겨울채소가 병해충에 시달리며 생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날씨가 지속되면 겨울채소 수급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9월1일부터 11월20일까지 제주지역 누적강수량은 573.2㎜로 지난해 같은 기간(189.6㎜)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올해 10월 평균 기온(20.9℃) 또한 2023년 10월(19.4℃) 대비 1.5℃ 높았다.

병충해는 품목별로 조생종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출하를 시작한 브로콜리가 검은무늬병 같은 병충해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한경면 고산리에서 브로콜리를 재배하는 박용규씨(57)는 “농장 전체에 병이 퍼져 아예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여럿”이라며 “수확할 땐 문제 없다가도 출하 후 균이 번져 상품성을 잃는 일이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 영향으로 초기 출하량도 감소하는 모습이다. 김태언 애월농협 상무는 “병충해로 상품성과 생산량이 동시에 떨어졌다”며 “출하량이 평년 같은 시기에 비해 최대 4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본격 수확을 앞둔 양배추와 무에서도 일부 피해가 나타났다. 양배추농가 고승호씨(78·한경면 고산리)는 “결구가 진행된 양배추는 비 때문에 물을 과하게 머금어 터져버리고, 고온으로 균핵병 등 병해도 기승을 부린다”며 “절반이라도 수확하면 다행”이라고 푸념했다.

서귀포에선 무 피해가 걱정이다. 오유신 서귀포 성산일출봉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부센터장은 “수확이 임박한 겨울무에서 무름병 같은 병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극조기 출하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같은 날씨가 지속되면 겨울채소 작황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농정당국은 겨울채소 성출하기까지 시일이 남았으니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성돈 제주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 팀장은 “수급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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