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작곡가,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선거 출마
"투명 경영으로 누락 수익 원천 차단할 것"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내에도 카르텔도, 파벌도 존재하는데 저는 그 어디에서 속해있지 않기에 칼을 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문세, 임재범, 변진섭, 김건모, 박진영, 신승훈, 성시경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곡을 작사·작곡하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이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음저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에서 뉴스핌과 만난 김형석은 "이 상태로 두기엔 미안하다는 마음에 배수진을 치고 출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정적인 감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스타 작곡가로 등극한 김형석이 오는 12월 16일 열리는 음저협의 제25대 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에 출마하기까지 무려 3개월이라는 고민이 필요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협회(음저협)이 지금 많이 시끄러워요.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 곡 쓸 시간도 없을 것 같고, 말도 많은 곳이고, 잘 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저는 이미 TV에 나오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라 문제가 생기면 리스크도 더 클 거였고요. 그럼에도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최근 협회의 감사 보고서, 재무제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적사항 등의 자료를 다 살펴봤는데 너무 심각하더라고요. 새는 돈이 너무 많았고, 방만 경영은 물론, 저작권료 징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어요. 징수액은 4000억이 넘었는데 시스템은 수십 년 전 그대로더라고요. 그래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출마를 결정한 겁니다. 이 모든 걸 바꿔야 하니까요."
김형석은 지난 30여 년간 활동하면서 음저협에만 약 1400여 곡을 등록했다. 오랜 시간 음저협의 회원으로서 활동을 해온 만큼 최근 벌어진 고위직원의 비리,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음원 업계와의 요율 갈등이 결국 김형석을 움직이게 했다.
"저는 그동안 정말 음악만을 해왔어요. 작가로서 최선을 다했고, 협회를 믿고 있었고요.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협회 안에서의 문제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협회 내에서도 카르텔이 존재하고 파벌이 존재해요. 제가 그 어딘가에 속해있다면 회장 선거 출마도 못했을 거고, 칼질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연임에 대한 욕심도 없고, 속한 파벌도 없기 때문에 칼질을 할 수가 있겠더라고요."

김형석 작곡가가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제시한 4대 혁신은 '징수혁신', '상생혁신', '경영혁신', '플랫폼혁신'이다. 저작권료 1조 시대를 개척하고 복지재단 설립으로 원로와 신인의 상생, 전문경영인 제도와 글로벌 회계 컨설팅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특공대를 투입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이다.
"협회는 징수와 분배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금융회사에 준하는 역할을 해요. 또 창작자의 저작권료 징수를 위해 싸워 온 곳이라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중요한 곳의 회장, 부회장, 임원진들이 전부 회원인 작사·작곡가예요. 제가 회장이 된다면 글로벌 회계 컨설팅을 도입해서 시스템 문제와 보완할 부분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협회 회원 및 대중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그만큼 투명해야 한다는 거죠. 원로 작곡가와 신인 작곡가들도 단절이 돼 있고, 이들의 복지도 열악해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누락된 수익을 원천 차단하고자 합니다. 제가 모든 자료를 살펴보고 공부하면서 이 사태를 봤는데, 이걸 그냥 덮는다면 선후배들에게도 욕을 먹을 것 같았어요."
현재 K팝은 전 세계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실제 해외에서 징수되는 저작권료는 미비한 수준이다. 김형석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미국의 MLC(Mechanical Licensing Collective·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복제·전송권 로열티를 일괄 징수·분배하는 단체)가 연간 7000억을 징수하고, 음저협으로 분배되는 금액은 연간 약 1억7000만원이다.

"음악 저작권이라는 게 사실 소리이기 때문에 무형의 것이잖아요. 이 무형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 곳인데, 협회 회원들도 시장은 커졌는데 분배 받는 저작권료는 줄거나 그대로니까 불신이 많아요. 이 자료를 살펴본 저도 징수 시스템이 정말 낙후됐다는 걸 느꼈고요. MLC가 매년 약 7000억원을 징수해요. 해외 시장에서 K팝이 최소 2%를 차지함에도 실제 회수액은 2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인 거죠. 작품과 음원 코드가 정확히 매칭이 돼야 정산이 이뤄지는데 여기서부터 오류가 있는 거예요. 이를 대행하고 있는 업체의 노후한 시스템 때문에 정당히 받아야 할 금액이 누락이 되는 거죠. 중국 시장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한국형 'K-MLC' 시스템을 도입하려고요.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징수 시스템을 구축해야죠. 문제를 확인했다면 즉시 개선안을 논의했어야 했는데 넋 놓고, 손 놓고 있었던 겁니다."
저작권료 징수 못지 않게 OTT와 방송사간의 갈등도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다. 또한 국내 음원 플랫폼과도 요율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는 "문체부와 함께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OTT, 방송분야와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게, 저작권료를 받을 때 총 두 가지의 방법이 있어요. 총매출액과 이용자수에 대한 건데, 대법원에서 총매출을 기준으로 정산을 하는 게 맞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일부 단체가 순매출와 아이디(ID)수로 계약을 했어요. 지금 OTT를 하나의 계정으로 최대 4명이 보잖아요. 협회는 그 이용자 수에 따라 정산을 하자는 거지만, 잘못된 선례가 있기 때문에 받지를 못하는 거죠. 국내 음원 플랫폼의 경우 유튜브 중심의 독점 구조가 고착돼 있고, 요율도 국제 수준이 못 미쳐요. 이러한 요율을 올려 달라고 하는데, 국내 플랫폼 시장이 잠식됐는데 무조건적으로 올릴 수가 없는 거잖아요. 권리를 지키는 것만큼이나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문체부와 함께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저협은 이전부터 AI가 활성화되면서, 창작자에 대한 권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오기도 했다. 김형석 역시 "대비하지 않으면 저작권의 주도권은 IT 플랫폼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작 로그 기록, 분배 투명성, 블록체인 기반 관리 체계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제는 전 국민이 AI로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지금 관리 체계를 확립하지 못하면 저작권의 주도권은 협회가 아니게 됩니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늦어요."
음저협은 회원 5만 5000명, 연간 징수액은 4000억 규모로 국내 최대 저작권 신탁기관이다. 하지만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지적된 만큼 김형석은 이번 회장선거 출마에 남다른 책임감을 내비쳤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제화를 해야 할 타이밍에 손 놓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지금 협회는 '밥그릇 싸움' 이미지로 굳어졌는데 이제라도 새는 돈은 막고 철저하게 징수하고 분배해서 회원들의 지갑을 저작권료로 두둑하게 만들어 줘야죠. 그게 제 목표입니다."
alice09@newspim.com






